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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위헌소지 큰 심재철 의원의 집시법 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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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위헌소지 큰 심재철 의원의 집시법 개정안

입력
2014.09.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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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국가지정문화재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문화재가 있는 장소 인근에서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한편, 같은 장소에서 30일 연속 집회·시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2일 대표발의했다.

집회는 대의정치과정에서 소외되거나 자신들의 의사를 관철하기 어려운 소수집단들이 여론에 직접 호소하는 대의민주제의 보완수단이다. 대의기구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할수록, 제도언론이 국민의 다양한 뜻을 담아내지 못할수록, 국민들은 그 의사표출을 위해 집회에 빈번하게 의존하게 된다. 그러므로 집회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고,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있을 때에만 필요최소한으로 제한되어야 한다. 집회가 불온시 되고 금압의 대상이 될 때 정치공동체는 통합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와 여당에게 세월호 유족들과 그 집회는 경청의 대상이 아니라 국민과 격리시켜 무력화해야 할 위험한 존재일 뿐이다. 문제의 법안도 그러한 내심의 표출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그 법안은 합헌성을 인정받기도 어렵다. 자유민주주의에 대해 본질적 의미를 갖는 집회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항의하려는 대상 인근이나 다수시민의 관심을 끌기 쉬운 도심부의 광장에서 집회하는 것이 집회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유리하다. 때문에 권력은 집회장소를 주된 항의대상인 자신으로부터 떼어놓고 집회효과가 큰 광장을 폐쇄하고 싶어 한다. 문제의 법안은 권력의 이와 같은 본능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헌법은 이에 맞서 집회의 자유를 통해 국민에게 집회장소 선택의 자유와 광장 사용권을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현행 집시법은 국회의사당, 각급법원, 헌법재판소, 대통령관저, 외교공관 등의 경계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의 집회를 절대적으로 금지하는 한편, 주거지역, 초중고등학교, 군사시설 근처의 집회로 피해 우려가 있고 거주자 내지 관리자의 금지 요청이 있는 경우에도 집회를 금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서울 도심에서는 옥외집회를 개최할 수 있는 곳이 이미 얼마 없다. 문화재 인근 집회까지 금지하게 되면 서울 4대문 안에서 옥외집회 장소를 구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집회가 변두리로 밀려나면 사회적·정치적 약자들의 목소리에 대한 사회적·정치적 반향도 작아질 수밖에 없다.

기존 집시법의 집회장소에 대한 제한도 위헌이라는 주장이 유력하다. 외국 외교공관 인근 집회의 금지에 대해서는 그 기능수행에 방해가 되지 않는 집회까지 막고 있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가 한정위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 법원 등 사법기관 인근에서의 집회금지는 재판의 독립성과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합리성이 인정된다. 다만, 인근의 다른 항의대상에 대한 소규모 집회까지 막고 있어 위헌 소지가 크다. 국민의 다양한 정치의사를 수렴하여 국정에 반영하는 것을 주된 임무로 하는 대통령의 관저, 국회 등 정치기관 인근 집회의 금지는 반민주적이다. 청와대의 구중궁궐화와 백악관 인근에서의 자유로운 집회는 한·미 양국의 민주주의의 질적 차이를 표징 한다. 정치기관들의 기능수행 방해 등이 우려된다면, 집회방식이나 소음 등에 대한 규제를 통해서 양자의 조화를 모색하는 것이 올바른 해법이다.

그렇다면 국가의 중요기능이 수행되지도 않는 문화재 인근 집회 금지의 필요성은 더욱 의문시될 수밖에 없다. 문화재 안전이나 관람의 편의라는 공익과 집회의 자유를 양립시키기 어려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30일 이상의 동일장소 집회 금지도 마찬가지이다. 집회는 결사와는 달리 일시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다수인의 일시적 모임이다. 삶을 걸어야 할 절박한 사정이 없다면 중단 없이 장기간의 집회를 이어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러한 예외적 사정을 고려하지 않는 30일이라는 획일적 한계 설정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으로 집회의 자유에 대한 과잉제한이다. 박 정권과 새누리당은 얕은 수로 민주주의를 침식하려 하지 말고 공복의 자세로 돌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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