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회담을 갖고 “최대한의 압박과 제재로 북한이 핵ㆍ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문 대통령은 특히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때가 아니다”며 “핵을 포기할 때까지 안보리 제재로 북한이 견딜 수 없는 순간까지 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북핵 문제를 궁극적으로 긴밀한 한미 공조를 바탕으로 평화적ㆍ외교적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통화에서도 이 같은 대북 정책 기조에 공감했다.
이날 한미 정상 대화는 기존의 한미 대북 공조 원칙을 재확인하는 내용이었지만 그 중 문 대통령이 ‘한반도 전쟁 불가론’을 언급하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공감했다는 대목에 눈길이 간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을 포함해 일곱 차례나 미사일 시험 발사를 했다. 이후 미국에서는 북한 문제의 군사적 해결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가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입에서 “북한의 장거리 핵미사일 개발을 내버려 두느니 전쟁을 하겠다”거나 “예방적 전쟁도 옵션”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다. 무력을 사용한 한반도 문제 해결 불가 원칙은 정상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한미 당국이 지속적으로 재확인해 가야 할 과제다.
물론 전쟁을 피한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북핵ㆍ미사일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문 대통령이 당면 과제로 북한 압박을 이야기한 것은 북한의 군사적 긴장 고조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지금 같은 긴장 국면에서는 마땅한 대응이다. 북한이 군사ㆍ적십자회담 제의에 무반응으로 일관하며 대화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것도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대북 압박은 한미가 공통의 목표로 삼는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수단의 하나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요즘 한반도 상황을 두고 김대중 정부 초기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북한의 금창리 지하 핵시설 의혹, 대포동 1호 발사 등 악재가 잇따르면서 미국에서 선제공격론이 거론되던 때다. 김 대통령은 냉전 구도 청산이 궁극의 해법이라며 클린턴 대통령을 설득해 문제 해결의 주도권을 쥐면서, 한편으로 북한과 물밑 대화를 통해 이 같은 위기 상황을 반전시켰다. 문 대통령 역시 최근 6ㆍ15 남북정상회담 기념식 축사에서 이 사실을 언급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강력한 제재와 함께 남북 대화의 물꼬를 트려는 노력 자체는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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