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에 제작돼 세계 최고(最古)라는 주장이 제기된 금속활자 5점이 조사 도중 훼손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10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지난 1월부터 진행 중인 ‘고려금속활자 지정조사’ 과정에서 금속활자 101점 중 5점이 훼손됐다. 훼손된 활자는 다보성고미술 소장 유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활자인 ‘증도가자’라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훼손된 5점 중 ‘갈 행(行)’ 자가 새겨진 1점은 글자 하단부의 삐쳐 올라가는 부위가 손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훼손 부위는 전체 글자의 약 7%에 해당한다. 나머지 4점은 후면과 측면에 붙어있던 부식물이 일부 벗겨졌다. 성인 남성 손톱 크기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이 청동 활자는 조사 의뢰 당시 이미 상당히 부식이 진행된 상태였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조사 과정에서 충격을 줘서 일어난 일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이규식 보존과학센터장은 “손상 정도나 범위가 크지 않아 문화재 지정 자체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문화재 보존 과정에서 훼손돼 죄송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증도가자는 보물로 지정된 불교 서적인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贈道歌ㆍ증도가)’를 인쇄할 때 사용했다는 활자다. 현재 남아 있는 1239년 목판본 이전에 금속활자로 만든 주자본이 있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진품으로 판명될 경우 1239년 이전 유물로 인정받게 된다. 문화재연구소는 향후 훼손 부위를 활용한 추가 분석과 함께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조선시대 활자와 비교 분석을 진행해 9월 말에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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