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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나이에 무너지는 모성... 산후우울증 ‘또 다른 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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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나이에 무너지는 모성... 산후우울증 ‘또 다른 뇌관’

입력
2016.11.0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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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산후우울증에 쉽게 노출

의지대로 회복 안돼 도움 절실

“찾아가는 서비스 등 지원해야”

20대 부모가 꾸린 위기가정이 안고 있는 ‘비극의 고리’(불우한 환경, 준비 안 된 출산, 사회적 단절, 경제적 궁핍 등)라는 뇌관에 불을 댕기는 건 산후우울증이다. 20대 엄마는 영아 살 해라는 극단적인 행위로도 이어지는 산후우울증에 쉽게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약가구의 산후우울증을 막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후우울증은 일반적으로 출산 직후 혹은 출산 한 달 이내에 발생한다. 우울감, 아이에 대한 분노, 잦은 짜증, 죄책감 등이 2주 이상 지속되면 의심해봐야 한다. 산후우울증이 무서운 건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이 고스란히 전달되기 때문.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지난해 기혼여성 1,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응답자의 50.3%는 산후우울증으로 아이를 거칠게 다루거나 때린 적이 있다고 답했고, 11.8%는 아이에게 욕을 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모유나 분유 등을 주지 않은 적이 있다는 응답도 4.1%나 됐다.

이소희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은 “산후우울증은 아이가 미워진다거나, 아이와의 결속감이 안 느껴진다거나, 엄마로서 실패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게 특징”이라며 “아이가 산만하게 되는 등 아이의 성장과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때문에 증상이 지속되면 치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병수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극단적으로는 망상이 생기거나 영아 살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호르몬 변화와 관련된 질환이라 의지대로 좋아지지 않기 때문에 심해질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고 언급했다.

20대 위기가정은 비극의 고리 탓에 산후우울증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김정현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원했던 아이도 키우기 힘든데, 원치 않은 출산일 경우 아이에 대한 애착이 크지 않아 스트레스를 더 받게 된다”며 “경제적 밑바탕이 없고 부모로부터의 정서적 지지가 충분치 않은 점도 산후우울증을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어린 나이에 출산해 부모로서 준비가 덜 돼 있어 부모 역할에 대한 부담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산후우울증 취약가구가 특히 고립돼 있다는 점을 감안해, 찾아가는 서비스 등의 직접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소희 과장은 “임신으로 병원에 올 때부터 관리를 시작해 고위험군을 추려내고, 해당 가정은 직접 방문해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산후우울증을 겪는 가정은 정리정돈이 안 돼 있는 등 집안 내부만 보면 알 수 있다. 일주일에 하루 정도라도 방문해 육아에 지친 엄마가 쉬거나 자기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남편을 비롯해 이웃 등 주변의 관심도 중요한 부분이다. 김정현 교수는 “아동학대, 살해까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철 없이 왜 낳았어’라는 비난 대신 주변인들이 도우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실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남편의 경우 아내가 출산 후 호르몬 변화 등으로 우울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아내가 쉴 수 있게 육아와 가사일을 분담하고 대화를 많이 하는 게 좋다. 전홍진 교수는 “잠을 푹 자는 게 중요한데, 아내가 아기 때문에 계속 잠을 제대로 못 자면 밤에는 남편이 아기를 데리고 자는 식으로 노력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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