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하면 여성호르몬↑남성호르몬↓…비만ㆍ남성호르몬 상호작용 ‘악순환’
50대 이상 남성 중 체중관리에 실패해 비만하다면 남성갱년기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갱년기는 폐경기 여성만 앓는 질환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남성도 예외가 아니다. 남성갱년기는 50대 전후부터 발생해 연령이 증가할수록 많이 발병해 60세 이상 남성의 30%가 갱년기 증상을 앓는다.
남성호르몬은 25~30세에 최고조에 이르고, 이후 매년 1% 정도 서서히 감소한다. 최근 의학계에 보고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55~68세 남성은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이 매년 1,4% 감소하고, 활성 테스토스테론은 매년 2.7% 감소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남성호르몬이 서서히 감소해 남성갱년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문제는 50대 이상 남성이 비만하면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빨리, 심하게 남성갱년기 증상을 앓는다는 것이다. 정우식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과거에는 지방조직과 세포가 단순히 몸에 축적되는 것으로 알았는데 지방조직과 세포가 대사물질을 분비하는 과정에서 남성호르몬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체내 지방이 축적되면 남성호르몬이 상대적으로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준현 한림대동탄성심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50대 이상 남성이 비만하면 남성호르몬이 감소할 뿐 아니라 인슐린 대사이상, 갑상선 부신기능 저하 등으로 신체대사 균형이 무너져 남성갱년기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만과 남성호르몬은 상호작용을 일으킨다. 정 교수는 “비만하면 남성호르몬이 감소하고, 비만하지 않아도 스트레스, 과도한 음주, 흡연에 노출되면 남성호르몬이 떨어져 비만을 야기 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악순환의 연속인 것이다.
평소와 달리 쉽게 피로하고, 기억력이 떨어지고, 우울증상이 있다면 남성갱년기를 의심해야 한다. 여기에 발기부전, 성욕감퇴 등 성기능에 문제가 발생했다면 전문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
남성갱년기 치료는 테스토스테론을 보충하는 것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남성호르몬이 떨어졌다고 무턱대고 사용하면 안 된다. 한 교수는 “전립선비대증이 심하거나, 전립선암 위험성이 있는 환자는 남성호르몬을 보충할 수 없기 때문에 비뇨기과 전문의의 진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남성호르몬 보충요법을 시행하면 근력이 늘고, 체지방이 줄어 무기력, 피로감, 우울증 등이 개선되고, 성욕도 커지는 등 전반적인 신체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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