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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생태!] 멸종위기 도요새들의 휴게소·맛집… 유부도 갯벌을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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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생태!] 멸종위기 도요새들의 휴게소·맛집… 유부도 갯벌을 지켜주세요

입력
2017.11.04 04: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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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방조제로 갯벌 사라진 후

호주~알래스카 16,000㎞ 여정

유일한 핵심 중간 기착지로

지친 철새들 몸무게 2배 돼 떠나

환경부 멸종위기종 II급으로 지정된 알락꼬리 마도요. 국립생태원 제공
환경부 멸종위기종 II급으로 지정된 알락꼬리 마도요. 국립생태원 제공

충남 서천에 있는 유부도를 아시나요. 유부도는 금강 하구에 있는 면적 0.79㎢, 해안선 길이 4㎞로 여의도 면적의 4분의 1 정도인 아주 작은 섬입니다. 20년 전 이곳 유부도의 정신질환자 수용소인 수심원에서 수용자들에게 수갑을 채워 폭행하고 강제노역을 시키는 등 인권 유린이 자행됐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절망적인 섬이라는 이미지가 박혀 있기도 한데요. 요즘에는 간조 때면 섬 크기의 20배 이상으로 넓어지는 갯벌이 유명한 철새 도래지로 바뀌고 있습니다.

새만금 갯벌 사라져 금강하구로 간 철새들

유부도를 포함한 금강하구 지역은 도요새와 물떼새의 국내 최대 중간기착지입니다. 과거에도 그랬을까요. 그건 아닙니다. 세계 최대의 방조제인 새만금 방조제가 건설되기 전까지만 해도 동진강과 만경강에는 유부도, 서천갯벌의 4배 가량인 300㎢의 갯벌이 있

었습니다. 2003년까지는 매년 봄이면 30만마리, 가을에는 5만마리 이상의 철새가 새만금을 찾았지만 새만금의 물막이 공사가 마무리된 2006년에는 5만마리, 최근에는 5,000마리까지 줄어들었습니다.

이 시기 동안 수많은 도요새, 물떼새들이 사라졌지만, 이 중 다행히 살아남은 일부 개체들은 금강하구와 곰소만으로 도래했습니다. 이후 도요ㆍ물떼새는 다음해에도 또 그 다음해에도 생존을 위해 유부도를 포함한 금강하구갯벌로 지속적으로 도래했고, 의도치 않았지만 이제는 10만~20만 마리 이상이 찾아오는 우리나라의 최대 중간기착지가 됐습니다.

만약 수많은 도요ㆍ물떼새가 찾아오는 이곳 유부도와 서천갯벌에 대한 합리적인 보전과 관리가 없다면 가까운 미래에 도요ㆍ물떼새 역시 과거 새만금 갯벌이 사라졌을 때와 같은 불행한 사태를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철새가 잠시 쉬어 가는 곳… 봄에 찾는 새만 18만마리

유부도와 서천갯벌은 도요새와 물떼새가 수시로 오고 갈 정도로 가까이 있어 하나의 서식대로 인식됩니다. 지난해 국립생태원의 ‘기수생태계 내 국제적 멸종위기 이동성 물새 서식지 관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봄이면 시베리아, 알래스카로 북상하다 잠시 쉬어 가는 새가 22종 17만8,279마리, 가을에 호주, 뉴질랜드로 다시 남하하는 새는 20종, 4만1,466마리라고 하네요. 관찰이 용이한 지점에서 쌍안경, 필드스코프를 사용해 매주 개체를 세서 합산한 거죠.

종 수에서는 큰 차이가 없지만 개체 수는 봄철이 약 4배 가량 많은데요. 이는 봄철 북쪽 번식기로 이동할 때는 성공적인 번식을 위해 가장 먹이 확보 가능성이 높은 금강하구에 집중 도래하지만, 가을철 월동을 위해 비번식기로 이동할 때는 여러 곳으로 분산 도래하는 양상 때문입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멸종위기종 '위기' 등급으로 지정된 붉은어깨도요 무리가 2016년 5월 충남 서천 유부도 갯벌에서 먹이를 먹고 있다. 붉은어깨도요는 매년 봄이면 5만5,000마리 가량 유부도를 찾는다. 국립생태원 제공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멸종위기종 '위기' 등급으로 지정된 붉은어깨도요 무리가 2016년 5월 충남 서천 유부도 갯벌에서 먹이를 먹고 있다. 붉은어깨도요는 매년 봄이면 5만5,000마리 가량 유부도를 찾는다. 국립생태원 제공

이들 종 중 8종이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에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등재돼 있는데요. 대표적인 종이 ‘위급’에 속하는 넓적부리도요, ‘위기’에 속하는 알락꼬리마도요와 붉은어깨도요, ‘위기근접’에 속하는 검은머리물떼새, 큰뒷부리도요, 마도요, 노랑발도요, 좀도요가 있습니다. IUCN은 멸종위기 동물을 총 9단계로 분류하는데 ‘위급’은 그 중 세 번째로 심각한 단계로 야생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아주 높은 수준을 의미합니다. 국내에서는 넓적부리도요가 환경부 멸종위기종 I급, 알락꼬리마도요와 검은머리물떼새가 멸종위기 II급으로 지정됐습니다. 특히 검은머리물떼새는 겨울철 최대 월동지로 유부도를 이용하는데 가을부터 도래하기 시작해 약 4,000마리 이상 모여 겨울을 나는 천연기념물이기도 합니다.

큰뒷부리도요가 갯벌에서 먹이를 찾는 모습. 봄이면 호주에서 시베리아로 이동하는 큰뒷부리도요는 매년 3만6,000마리가 유부도를 찾는다. 국립생태원 제공
큰뒷부리도요가 갯벌에서 먹이를 찾는 모습. 봄이면 호주에서 시베리아로 이동하는 큰뒷부리도요는 매년 3만6,000마리가 유부도를 찾는다. 국립생태원 제공

새들이 금강 하구의 갯벌을 찾는 시기, 머무는 기간은 종에 따라 서로 다릅니다. 이는 남반구의 출발지 위치, 이동전략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호주의 서로 다른 지역에 서식하는 큰뒷부리도요는 최종 목적지인 북반구의 번식지도 서로 달라 한 무리는 일찍, 다른 지역에 사는 무리는 조금 늦게 황해로 출발한다고 하네요. 또 이동 중 한 곳에 장기간 오래 머물지 않고 중간중간 놓여 있는 서식지를 이용하는 종이 있는가 하면, 한 곳에 장기간 머무는 종도 있습니다. 전자를 ‘호핑종’, 후자를 ‘점핑종’이라고 하는데요. 호핑종의 경우 먹이원에 덜 민감하지만 점핑종의 경우 먹이에 상당히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새만금 간척 이후 개체 수 급감을 겪은 종도 대부분 점핑종이었습니다.

도요·물떼새가 유부도를 찾는 까닭은

이렇게 많은 수의 도요·물떼새가 유부도와 금강하구 갯벌에 모이는 이유는 뭘까요. 과거 새만금이 그랬듯 풍성한 자연은 이들에게 북쪽의 번식지로 가기 위한 충분한 먹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안락한 휴식처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철새들의 ‘핵심 중간 기착지’인 금강 하구는 ‘비핵심 중간 기착지’인 낙동강 하구보다 먹이원인 저서무척추동물의 밀도는 조금 낮지만 생체량과 에너지량은 약 2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도요·물떼새들에게 중요한 것은 먹이의 수가 많고 적음이 아니라 먹이의 질이라는 것입니다. 가늘고 작은 갯지렁이 하나를 먹는 것보다는 안이 실하고 크기가 큰 조개를 하나 먹는 것이 에너지를 비축하는 데 더 유리하니까요.

도요·물떼새는 물이 차는 만조 시기에는 체온조절을 위해 주로 한 다리로만 서서 휴식을 취합니다. 이때 잠도 청하고, 깃털을 다듬거나 바닷물 목욕을 하죠. 쉬는 장소는 갯벌이나 모래, 돌 위이지만 간혹 나뭇가지 위에 앉아 쉬기도 합니다.

검은머리물떼새 무리가 2016년 4월 유부도의 갯벌에 앉아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검은머리물떼새는 매년 겨울이면 4,000마리 가량 유부도를 찾는다. 국립생태원 제공
검은머리물떼새 무리가 2016년 4월 유부도의 갯벌에 앉아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검은머리물떼새는 매년 겨울이면 4,000마리 가량 유부도를 찾는다. 국립생태원 제공

그러다가 물이 빠지는 간조 시기가 되면 바닷물이 빠지는 해안선을 따라가면서 분주하게 먹이를 찾습니다. 이 때문에 ‘물 주변을 돌아다니며 먹이를 구하는 새’라는 의미의 ‘섭금류(涉禽類)’라고 분류합니다. 주로 환한 낮에 먹이활동을 하는데, 북쪽으로 이동하는 시기가 다가오기 시작하면 부족한 에너지를 채우기 위해 밤에도 먹이를 찾습니다. 실제 도래 시기 후반부로 갈수록 밤에 도요·물떼새들의 울음소리를 더 빈번하게 들을 수 있죠.

8,000㎞ 날아온 지친 철새들, 몸무게 두 배 늘어 떠나

유부도는 멀리서 날아온 철새들이 쉬면서 에너지를 보충하는 ‘맛집’입니다. 호주나 뉴질랜드 등지에서 봄철에 날아온 도요새와 물떼새가 금강하구에 도착할 무렵에는 이미 7,000~8,000㎞의 장거리 비행을 한 상태인데요. 이 때문에 이들의 몸무게가 거의 반으로 줄어듭니다. 새들은 약 40일가량 유부도에 머무르면서 다시 시베리아, 알래스카로 7,000~8,000㎞의 장거리 비행에 필요한 에너지를 재충전합니다. 떠날 무렵이 되면 이들은 다시 가슴에 지방질을 축적해 몸무게가 섬에 도착했을 때의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나죠.

새들이 시베리아까지 날아가는 데 6~7일가량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한마리 당 1,250kcal, 즉 라면 두 개 반 분량의 에너지가 필요한데요. 봄에 이 지역을 찾는 새의 수를 생각하면 라면 30개들이 1만5,000박스가량입니다. 국립생태원의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이 북시베리아까지 이동할 에너지를 축적하려면 62.56㎢의 섭식지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유부도와 서천갯벌의 면적이 약 71.3㎢라고 하니 현재 머무르는 새들에게는 적당한 크기죠. 하지만 원래 새만금을 찾았던 30만마리 이상의 개체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더 큰 면적이 필요합니다.

‘생태관광지’ 유부도를 살리려면

유부도와 서천갯벌은 2008년 국내 습지보호지역, 2009년 람사르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습니다. 하지만 이곳을 지속 가능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는 이런 장치만으로는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서천군은 이 지역을 포함한 금강하구갯벌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하기 위한 작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죠. 최근에는 하구 반대편의 군산시도 여기에 합류 의사를 보내오기도 했습니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국제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도요ㆍ물떼새 서식지를 보전하고 관리하는 것입니다. 서식지 보전을 위해서는 몇 가지 관리전략항목의 파악이 중요한데요. 크게 먹이원, 수질, 토질, 서식지 전환 등 4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구둑이나 댐, 대형보, 항만, 양식장 등 토지 이용의 변화는 갯벌과 배후습지에 급격한 영향을 주고 오염원 유입 등의 변화는 갯벌의 수질과 토질에 영향을 줍니다. 결국 먹이원에까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게 되죠.

최근에는 유부도 인근에 풍력단지를 조성하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는데요. 대규모 풍력단지의 조성은 이 지역의 도요새, 물떼새의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유부도에는 도요새, 물떼새 뿐 아니라 멸종위기 II급인 흰발농게, 표범장지뱀 등 많은 토착종이 서식한다. 2016년 4월 유부도 토착종인 표범장지뱀이 모래 위에서 쉬고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유부도에는 도요새, 물떼새 뿐 아니라 멸종위기 II급인 흰발농게, 표범장지뱀 등 많은 토착종이 서식한다. 2016년 4월 유부도 토착종인 표범장지뱀이 모래 위에서 쉬고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유부도는 도요새와 물떼새로 잘 알려져 있지만 환경부 멸종위기종 II급인 흰발농게, 표범장지뱀을 포함해 누룩뱀, 참개구리와 같은 많은 토착종도 살아가고 있습니다. 동시에 생태 교란종인 황소개구리와 붉은귀거북도 이곳에 유입된 것이 확인된 바 있어 유부도 내 생물다양성의 유지를 위해선 이들에 대한 주기적이고 체계적인 퇴치활동이 필수적입니다.

전 세계의 조류학자와 탐조가들이 부러워하는 유부도는 국내 생태관광지의 최적 후보로 손색이 없는 곳입니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생태관광이라는 개념이 아직 정립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계획 없이 성급하게 갯벌을 복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결정이 될 수도 있겠죠. 따라서 유부도 갯벌의 복원에 앞서, 먼저 주변의 자연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먼저 필요할 것입니다.

유부도 동측은 건설용 모래채취를 위한 준설작업 등으로 인해 생물이 살아가기 어렵고 서측은 해양쓰레기로 몸살을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갯벌의 복원 이전에 이러한 문제들을 선제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유부도 갯벌 복원 과정에 있어 중요한 것은 폐염전을 갯벌로 되돌리는 것인데요. 무너진 폐염전을 보수하거나 폐염전 내부의 갯벌을 일정 수준 이상 높게 만들어 해수면 상승, 태풍, 홍수와 같은 충격에도 끄떡없는 휴식지를 마련해야 합니다. 물리적인 복원 뿐 아니라 갯벌 생태계를 되돌리기 위한 생물, 화학적인 복원도 놓쳐서는 안 되겠죠.

지난해 5월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인 충남 서천 유부도를 찾은 도요새와 물떼새 무리. 새들이 먹이를 찾는 갯벌 인근에는 쓰레기가 무분별하게 버려져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지난해 5월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인 충남 서천 유부도를 찾은 도요새와 물떼새 무리. 새들이 먹이를 찾는 갯벌 인근에는 쓰레기가 무분별하게 버려져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한 번 잘못된 복원은 마지막 남은 도요ㆍ물떼새들의 중간기착지인 이곳 유부도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 있을 것입니다. 유부도 갯벌 복원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는 좋은 사례로 또 생태계서비스 가치에 기반한 지속가능한 생태관광의 좋은 사례로 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먼 훗날 생명의 보고 유부도가 과거 절망의 섬에서 벗어나, 도요ㆍ물떼새들과 인간들이 함께 숨쉬는 희망의 섬이 되었으면 합니다.

김백준 국립생태원 생태기반연구실 선임연구원

물위에서 먹이를 찾고 있는 노랑발도요. 국립생태원 제공
물위에서 먹이를 찾고 있는 노랑발도요. 국립생태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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