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음절을 중요시한다. 음절은 소리의 마디를 말하는데, 예를 들어 ‘소리’라는 단어는 ‘소’와 ‘리’라는 두 개의 소리 마디로 이루어진 단어이다. 시조를 지을 때에도 우리의 선조들은 시조의 운율을 위해 음절의 수를 정확하게 맞추어 시조를 지었다.
야은 길재의 시조 ‘오백 년 도읍지를’을 보면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 데 없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의 음절수를 ‘3,4,3,4,3,4,3,4,3,5,4,3’으로 맞추어 시조의 운율을 살렸다. 특히 길재는 종장의 제1구는 3음절로 맞추어야 한다는 시조의 형식을 지키기 위해 감탄사 ‘아’ 대신에 ‘아’의 옛말인 ‘어즈버’를 사용했다.
그런데 음절의 수를 흔히 글자의 수로 생각하기 쉽지만 음절은 글자가 아닌 소리의 마디이다. 그래서 우리가 말을 할 때 몇 마디로 말을 하느냐에 따라 음절의 수가 결정된다.
예를 들어 ‘어즈버’를 자음과 모음의 음소로 나누어 보면 ‘ㅓ, ㅈ, ㅡ, ㅂ, ㅓ’의 5개의 음소로 나눌 수 있는데, 각 음소별로 발음을 할 때 입이 벌어지는 정도인 ‘개구도(開口度)’가 달라서 모음인 ‘ㅓ, ㅡ, ㅓ’를 발음할 때에는 입이 벌어져 개구도가 크지만 자음인 ‘ㅈ, ㅂ’을 발음할 때에는 입이 다물어져 개구도가 작다.
각 음절에서 개구도가 가장 큰 음소가 그 음절의 핵이 되는데, 이는 소리의 마디가 입을 벌리는 횟수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이다. 개구도가 가장 큰 음소는 곧 모음이므로 모음의 개수가 몇 개이냐에 따라 음절의 개수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어즈버’는 모음의 개수가 3개이므로 3음절의 단어이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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