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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스민 혁명이 IS전사를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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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스민 혁명이 IS전사를 키웠다?

입력
2014.10.22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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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튀니지는‘아랍의 봄’을 주도했다. 재스민 혁명이라 불려진 민주화 운동으로 독재자 벤 알리를 몰아냈고 아랍권에선 드물게 민주주의를 실행해 가고 있다. 독재자의 억압이 사라지고 새로운 민주사회에 대한 열망이 뜨거울 만도 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재스민 혁명의 영향으로 튀니지가 이슬람 수니파 과격 무장단체 이슬람 국가(IS) 전사의 주요 공급처가 되고 있다고 22일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재스민 혁명이 IS전사를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튀니지는 IS의 해외 전사를 가장 많이 배출한 나라로 꼽힌다.

재스민 혁명 뒤 튀니지의 사회 분위기는 바뀌었다. 민의를 대폭 수용한 새 헌법이 마련됐고 이달이면 두 번째 자유 선거가 실시된다. 튀니지는 아랍권에서 가장 교육수준이 높은데다 다인종인 1,100만 인구를 지니고 있다. 관광객을 유혹할 지중해변 해수욕장도 가지고 있다. 겉으론 민주주의를 시행할 외적 조건이 상대적으로 성숙한 나라다.

속은 다르다. 새로운 자유는 민병대원의 설교와 대원 모집을 더 손쉽게 만들었다. 자유와 민주선거는 튀니지인의 일상까지 바꾸진 못했다. 취업난은 여전하고 ‘지배자’로 불리는 경찰의 야만적인 공권력 행사도 변치 않았다. 반체제적 표현이 가능해지자 삶이 힘든 변두리 사람들이 IS의 과격한 교리를 대안으로 삼게 됐다. 튀니지 정부 관리에 따르면 적어도 2,400명이 IS 가입을 위해 이라크와 시리아로 떠났다. 이라크와 시리아로 향하다 봉쇄된 사람들도 수 천명이다.

정의와 경제 발전이 실종된 현실도 튀니지인들의 IS행을 부추기고 있다. 대졸 실업자들이 가장 유력한 IS전사 후보자들이다. 정보통신 석사이나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한 튀니지 청년은 “IS가 사회 정의 실현을 위한 유일한 희망”이라고 말했다. 그는“IS가 석유로 부자가 된 아랍권 왕들의 부를 압수해 재분배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인터넷을 통해 전해지는 IS대원 친구들의 소식도 튀니지 젊은이들의 마음을 들썩이게 한다. 24세 한 청년은 “그들은 집이 있고 월급을 받고 심지어 아내도 있다. 우리보다 더 나은 삶을 산다”고 말했다. 이상적 이슬람 사회를 꿈꾸는 젊은이들은 서구 열강에 의해 구획된 아랍권의 국경이 IS에 의해 무너질 것이라는 희망도 가지고 있다.

튀니지 의회를 이끄는 이슬람 다수당 엔나흐다의 지도자들도 IS전사를 배출하는 어두운 사회 현실을 인정하고 있다. 엔나흐다의 지도자 페르자니는 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경제 발전 없인 민주주의도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구에 반감을 지닌 튀니지 국민 정서도 무시할 수 없다. 뉴욕타임스 기자와 만난 수십 명의 젊은이들은 IS에 비판적이든 동조를 하든 IS의 대량학살과 참수 보도를 믿지 않았다. 28세의 한 택시 운전사는 서구에 대한 불신을 이렇게 드러낸다. “모든 게 조작됐다. (대량학살과 참수에 대한) 모든 보도는 서구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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