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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 단체장 비리도 적폐… 좌우 이념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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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 단체장 비리도 적폐… 좌우 이념 있을 수 없다”

입력
2017.09.2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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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ㆍ18 기념식 주관하며 가슴 먹먹

따뜻한 사람 중심의 정책 펼것

취임 후 나라사랑교육 최우선

편향성 극복 위해 현장체험 중시

국군의 날 개정은 사회 합의 필요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 노력 계속

피우진 보훈처장이 22일 서울 용산 서울지방보훈청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따뜻한 보훈을 비롯해 보훈이 나아갈 새로운 방향에 대한 소신을 밝히고 있다. 서재훈기자
피우진 보훈처장이 22일 서울 용산 서울지방보훈청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따뜻한 보훈을 비롯해 보훈이 나아갈 새로운 방향에 대한 소신을 밝히고 있다. 서재훈기자

피우진(61) 국가보훈처장은 변화를 갈망하는 문재인 정부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지난 5월 예비역 고위장성들의 전유물이던 보훈처장에 여성 최초로 발탁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중령으로 예편하기까지 우리 군의 1세대 헬기 조종사로 활약하며 군 내부의 차별에 당당히 맞선 그의 강직한 이력은 이념논쟁에 휘둘리고 잡음에 시달리는 보훈분야를 뒤바꿀 적임자로 발탁된 배경이 됐다.

피 처장은 22일 한국일보와 가진 취임 후 첫 인터뷰에서 “보훈의 적폐는 보훈가족을 수단화하는 단체장들의 개인 비리”라며 “보훈에 좌우 이념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피 처장은 정부의 새 슬로건인 ‘따뜻한 보훈’에 대해 “보훈의 수요자인 242만여 명 보훈가족의 눈높이에 맞춰 최상의 예우와 보상을 해드리는 것”이라며 “사람 중심의 보훈정책으로 저만의 색깔을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훈이 정치적 중립성을 잃고 이념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대한민국은 독립ㆍ호국ㆍ민주화 유공자의 희생과 공헌 위에 이룩된 나라다. 국민들에게 그 자체로 존경과 예우를 받는 것이 보훈이다. 이들 세가지 가치에는 국가의 생존과 절박한 안보만이 있을 뿐이다. 물론 보훈 가족 개개인의 이념은 다를 수 있다. 이는 존중돼야 한다. 하지만 보훈단체의 수장이 자신의 조직과 권력을 사용해 단체를 한 방향으로 몰아가거나, 이념 편향적 활동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건 비리다. 이 같은 비리가 그간의 이념문제를 일으킨 요인이다. 보훈의 적폐를 청산하는 데 이념이 설 자리는 없다. 불법행위를 철저히 감독하고 선도하려 한다.”

-온갖 지탄을 받은 박승춘 전 처장의 캐릭터가 워낙 강렬한데, 어떻게 차별화하나.

“전임자가 걸어온 길, 그 길을 제가 이어서 가고 있다. 단칼에 그 분과 저를 분리할 수는 없다고 본다. 국민들의 비판을 받아 온 편향된 업무들은 정상화시키고 하지 못했던 일들도 더 하면서 저의 색깔을 내려 한다. 보상이나 시설 같은 거대 담론 중심의 보훈 시스템은 당연히 갖춰야 하고, 더 나아가 사람 중심의 실천이 중요하다. 242만여 명 보훈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의 만족을 의미한다. 빛이 나지 않고 어찌 보면 힘든 일이지만, 이들은 우리 역사의 근간이다.”

피우진 보훈처장이 22일 서울 용산 서울지방보훈청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따뜻한 보훈을 비롯해 보훈이 나아갈 새로운 방향에 대한 소신을 밝히고 있다. 서재훈기자
피우진 보훈처장이 22일 서울 용산 서울지방보훈청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따뜻한 보훈을 비롯해 보훈이 나아갈 새로운 방향에 대한 소신을 밝히고 있다. 서재훈기자

-취임 후 5개월간 뭐가 달라졌나.

“처장 인사 발표 다음날 바로 광주로 뛰어갔다. 5ㆍ18기념식을 주관하면서 느낀 감동과 가슴 먹먹함이 앞으로 제 역할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해준 것 같다. 당장 바꾼 건 나라사랑교육이다. 나라사랑은 국민통합을 위한 공동체의 가치다. 하지만 2012년부터 진행한 나라사랑 교육은 이념 편향성 문제가 많았다. 그래서 강사 중심의 일방향 교육을 폐지하고 국민들이 자율적으로 보고 느낄 수 있는 현장 체험형으로 바꿨다. 이 외에 보상의 형평성 확보, 보훈복지 체계 구축, 국제보훈의 프레임 마련 등 보훈처 안팎에서 개선 요구가 많은 보훈업무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과거 보수 정부에 비해 진보 성향의 새 정부에서 보훈을 더 강조하는 게 의외라는 지적도 있다.

“보훈이야말로 국가를 위한 헌신을 잊지 않고 보답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공동체의 가치를 확립해 새 시대를 여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보훈처에 와서 직접 업무를 해보니 보훈은 한 나라의 역사를 관통하는 정신을 지켜온 사람들에 대한 삶과 사회와의 관계를 살리는 일이었다. 보훈처를 장관급으로 승격한 건 국가유공자들의 숙원이었고 우리 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었다. 보훈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요즘 안보가 가장 중요한데, 안보의 과거이자 미래인 보훈에 대해 중요성을 넓히는 게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국군의 날을 광복군 창설일(9월 17일)로 바꾸자는 요구가 커지고 있는데.

“주관 부처인 국방부와 기념일 관련 법령을 총괄하는 행정안전부의 입장이 정리될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국민들과 함께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보훈처도 뒤를 이어 기념일 변경에 적합한 절차를 밟을 것이다. 국군의 날 변경은 보훈처 소속 독립 단체들의 관심이 많고 주장하는 바도 있다. 이 내용들을 국방부와 행안부에 전달해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당사자들이 논의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안중근 의사의 유해발굴 사업이 사실상 중단 상태인데.

“정확한 유해 매장지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조사와 여순감옥 일대 현지조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앞으로 중국과 일본 정부에 발굴과 자료조사 협조를 지속적으로 촉구할 예정이다. 보다 정확한 유해 매장지 파악을 위해 관련국의 주요 문서보관서 등에 대한 전수조사를 계속 추진할 것이다.”

-국립서울현충원도 보훈처가 관할해야 하지 않나.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과거 국군묘지로 출발한 현충원의 역사와 국토방위의 상징성을 고려해 국방부가 관할하는 취지에 일부 공감한다. 다만 국립묘지를 두 개 부처에서 관할하면서 발생하는 불편은 국가유공자와 유가족의 몫이다. 관할권을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 국방부와 윈윈하는 협상이 가능하다고 본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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