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영감 주신분…고향땅 못밟아 나도 많이 울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독일을 공식 방문 중인 김정숙 여사가 한국이 낳은 세계적 작곡가 고(故) 윤이상 (1917-1995) 선생의 묘소를 찾아 고인의 넋을 기렸다.
김 여사는 이날 오후 5시30분 베를린 가토우 공원묘지(Landschaftsfriedhof Gatow)를 찾았다. '동백림(東伯林)' 사건에 연루된 윤 선생의 묘소를 참배하기 위해서다. 윤 선생은 조국 통일을 염원하며 남북한을 오갔다는 이유로 간첩으로 몰려 평생 고국 땅을 밟지 못하고 독일에서 생을 마감했다
한국 역대 대통령 부인이 윤 선생의 묘소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여사는 “윤 선생이 생전 일본에서 배를 타고 통영 앞바다까지 오셨는데 정작 고향 땅을 밟지 못했다는 얘기를 듣고 많이 울었다”고 고인을 기렸다.
특히 김 여사는 경남 통영의 동백나무 한 그루를 대통령 전용기로 공수해 와 윤 선생의 묘소 바로 옆에 심었다. 통영은 윤 선생의 고향으로 유년기를 보낸 곳이다. 어린 시절의 향수를 늦게나마 달래주고 싶다는 의미다. 어른 어깨높이의 나무 앞에는 붉은 화강암으로 된 석판에 '대한민국 통영시의 동백나무 2017.7.5. 대통령 문재인 김정숙'이란 금색 글자가 새겨졌다.
김 여사는 “저도 통영에 가면 동백나무 꽃이 참 좋았는데, 그래서 조국 독립과 민주화를 염원하던 선생을 위해 고향의 동백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가져오게 됐다”며 “이렇게 큰 나무를 심어도 되나 물어봤는데 된다고 해서 '아 선생님하고 저하고 뭔가 마음이 맞나' 하면서 심었다. 선생의 마음도 풀리시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경희대 성악과를 졸업해 윤 선생과 같은 ‘음악인’인 김 여사는 특히 윤 선생에 대한 존경을 표하기도 했다. 참배 때는 사회자의 '묵념' 구호에 따라 묵념을 하다가 '바로'라는 신호에도 혼자서 20여초간 더 묵념을 이어갔다. 김 여사는 “저도 음악을 전공해서 윤 선생의 음악을 잘 알고 있다”며 “학창 시절 음악 공부할 때 영감을 많이 주신 분"이라고 회고했다.
김 여사는 또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 김정숙, 조국과 통영의 마음을 이곳에 남깁니다'라고 리본에 적은 꽃을 헌화했다. 이날 참배에는 발터 볼프강 슈파러 국제윤이상협회장과 박영희 전 브레멘 음대 교수, 피아니스트인 홀가 그로숍 등 윤이상 선생의 제자들이 함께했다.
베를린=김회경기자 herm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