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주 지진으로 곤욕을 치른 문화재청이 대규모 지진으로부터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
문화재청은 ‘문화재 지진방재 종합대책 추진’ 등의 내용을 담은 2017년도 주요업무계획을 9일 공개했다. 건축문화재의 구조와 재료를 실험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업무를 수행할 ‘구조안정성 시험연구동’ 설립 등을 통해 지진으로부터 문화재를 지키겠다는 게 발표의 골자다.
문화재청이 수행해온 문화재 방재 정책은 그 동안 화재나 풍수해 방지 정도에 그쳤으나 최근 재난 유형이 다양화하고 피해 규모가 커지면서 체계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문화재청이 파악한 총 재난 수 1,150건 중 약 77%에 달하는 882건이 2007년부터 2016년 사이에 발생한 데다, 지난해 9월 발생한 경주 지진으로 문화재 유형별 재난 상황에 대한 구체적 매뉴얼조차 마련돼 있지 않았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문화재 지진방재 종합대책’은 충북 충주시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 내 연내 완공을 목표로 하는 ‘구조안정성 시험연구동’ 설립과 건조물 문화재 유형별(목조ㆍ석조) 내진성능 평가 과정 구축 등을 담고 있다.
지난해 신설된 문화재연구소 내 안전방재연구실의 실험 공간 격인 시험연구동에는 약 21억원이 투입된다. 건축문화재 실물을 이용해 구조ㆍ재료를 실험하고 여기서 축적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원형복구를 위한 정밀실측자료를 얻을 수 있는 데다 재해예방 및 2차 피해방지 대비체계 구축이 가능하다는 게 문화재청의 설명이다.
문화재 안전관리를 위해 첨단기술도 적극 활용한다. ‘문화재 방재앱’을 하반기까지 전국에 보급해 현장 재난정보를 수집하고 평시 점검 및 비상시 긴급신고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고분이나 ‘나홀로 문화재’ 등 상대적으로 방범이 취약한 문화재 감시를 위해 ‘사물인터넷 기술(IoT)’도 적극 도입한다. 센서와 CCTV 설치를 통해 기상정보와 문화재 주변에서 일어나는 움직임, 인근에 발생한 화재 등을 감지해 보고하는 것이 기본 운영원리다. 문화재청은 이와 관련 연내 기본계획 수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날 발표한 업무계획에서 문화재청은 2017년도 비전을 ‘국민에게 사랑 받는 문화재정책의 구현’으로 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3대 중점정책과제로 ▦ 문화유산의 보존ㆍ전승체계 확립 ▦ 문화유산 활용 경쟁력 제고 ▦ 국제위상 강화 및 국민 참여 확대로 선정해 정책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 밝혔다.
무형문화재 선정과정에서 빚어지는 경쟁과 갈등, 전승자 고령화 등에서 비롯되는 전승단절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도 나선다. 지난해 2월 국가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 보유자로 양성옥 한예종 교수가 인정 예고됐으나, 연배가 높은 태평무 계승자들이 있다는 이유 등으로 보유자 인정 반대 목소리가 나와 결국 8월 보유자 인정이 보류된 바 있다. 전수교육의 주체인 보유자와 전수교육조교의 평균연령이 각각 71.5세와 62.1세에 달하는 등 전승자 고령화도 심각한 상황이다. 문화재청은 문화재 지정ㆍ분류 체계에 대한 중장기 개선안을 마련하는 한편 명예보유자 제도 활성화 등을 통해 전승자 순환 및 예우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궁궐체험 프로그램 및 야간특별관람 확대도 실시할 예정이다. 지난해 궁ㆍ능 관람객이 최초로 1,000만명을 넘어선 지난해 기세를 이어가겠다는 생각에서다. 12월 제12차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 개최를 통해 국제 위상을 강화하고 ‘한양도성’ 등 세계유산을 발굴하고 등재하는 활동도 지속한다. 문화재보호법개정을 추진해 제작 기준 50년이 채 되지 않은 문화재에 대한 보호도 강화한다. 이에 따라 올해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 김연아에게 금메달을 선사한 스케이트와 1974년 수도권 전철 개통 때 사용된 전동차 등이 등록문화재로 지정 가능해진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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