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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로 세상읽기] 한국인에게 ‘행복’은?

입력
2017.01.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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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속에 살아가는 개인들에게 행복은 궁극적인 목표이자 지향하는 가치이다. 행복을 위해 일을 하고, 여가를 가지며 가족을 구성해 살아간다. 행복에 이르기 위해 애쓰는 과정은 각자의 선호와 상황에 따라 다른 모습일 수 있지만, 결국 다다르고자 하는 그 곳은 행복이다. 하지만 저마다 기준에 따라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는 행복이기에 그 정도나 형태를 객관화시켜 나타내기는 쉽지 않다. 행복을 구성하는 조건에 대해 많이 인용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행복지수는 소득과 여가, 건강, 환경 등의 요소를 중심으로 국가별 행복도를 비교하고 있지만, 거시지표 위주의 통계치이기에 실제 체감의 정도는 다소 미약하다.

작년 1월 한국일보는 다각적인 접근을 통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4개국의 행복을 비교하여 기획 연재했다(2016년 1월 25일, 저성장시대 행복리포트). 2015년 생산된 빅데이터를 중심으로 분석한 기획에서,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한국은 가족을 중심으로 한 내집단 지향적 행복의 추구가 두드러졌고, 일과 상황에 대해 얼마나 자신이 주도할 수 있는지가 행복의 정도를 결정하는 주요 요소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유난히도 다사다난했던 2016년 한국 사회에서 행복은 어떻게 언급되고 있었을까. 2015년과 비교를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위터 데이터를 활용해 같은 기준으로 분석해보았다.

행복에 대한 언급, 10월 이후 급증

먼저 트위터 상에서 행복에 대한 언급이 얼마나 이루어졌는지 살펴보았다. 분석 데이터는 닐슨코리안클릭의 버즈워드(Buzzword) 시스템을 사용해 2016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생산된 트위터 데이터를 대상으로 추출되었다. ‘행복’에 대한 생각과 함께, 대립적인 의미를 갖는 ‘불행’에 대해서도 함께 살펴보았다.

그림에도 잘 나타나듯이, 불행에 비해 행복이 월등히 많이 언급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약 14배 많은 빈도로 행복이 언급되고 있었는데, 이러한 추세는 2015년과 큰 차이가 없었다. 아무래도 행복이 일상 속에 일반적으로 쓰이는 말이라면, 불행은 특수한 상황이나 사건이 나타날 때 표현되는 경향이 높은 것이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2016년의 경우, 행복에 대한 언급이 10월 이후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러니한 모습이다. 모두 알고 있다시피, 10월을 기점으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보도가 시작되었고, 12월에는 대통령의 부적절한 국정 운영을 이유로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시기이기 때문이다. 일련의 사태 속에서 국민들의 허탈과 분노는 참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고 이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그런데 왜 행복에 대한 언급이 이 시기부터 급증한 것일까. SNS에 나타난 내용을 살펴보니 현재 상황에 대해 행복을 언급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달성해야 할 목표로서 행복이 제시되고 있었다. 즉 지금은 행복하다고 할 수 없지만 미래에 도달해야 할 궁극의 지점으로서 행복이 언급되고 있었던 것이다.

‘행복’과 ‘불행’ 연관어

행복과 함께 언급된 주요 연관어들을 그 빈도에 따라 배열했을 때 2015년과 차이는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가족에 대한 언급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우리’ ‘사람’ ‘함께’ 등에서 볼 수 있듯이 행복에 미치는 관계의 영향은 매우 큰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함께 시간적으로는 ‘오늘’의 중요성이 매우 크고, 일상 속에서 감사하고 고맙고 기쁜 일들이 행복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나타나고 있었다.

2015년과 두드러진 차이는 ‘불행’ 연관어에서 나타났다. 2015년의 경우 다가오는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막연한 불안이 불행과 관련해 주로 언급되고 있었던 반면, 2016년에는 보다 직접적인 차원에서 불행과 관련된 얘기들이 언급되고 있었다. 즉 ‘사람’은 행복에서도 나타난 단어이지만, 우리가 아닌 ‘나’와 ‘너’라는 관계의 분명한 주체와 객체의 문제 속에서 불행이 언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채워지지 않은 욕구가 표현된 ‘못하다’ ‘하고 싶다’와 같은 단어나 구체적인 이유의 제시와 함께 쓰여지는 ‘때문에’라는 말 속에서 보다 직접적인 불행과 불만의 근거가 표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대통령’ ‘박근혜’ ‘한국’ ‘국민’ ‘국가’ ‘나라’와 같은 단어들이다. 2016년 대한민국에서는 국민의 행복을 위해 노심초사 해야 하는 지도자의 몰락을 경험했고, 이는 국격(國格)의 추락은 물론 국민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행복은 절대적 가치가 아니라 주관적이고 상대적이다. 그렇기에 사회 속의 개인이 삶을 영위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들을 갖추는 것만큼이나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의미부여가 중요하다. 현재의 행복이 주관적인 상태에 대한 판단과 만족의 정도라면, 미래의 행복은 추구하는 가치 속에 자리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번 분석을 통해 주목할 점은 국가의 위기 상황 속에서 오히려 행복에 대해 많이 얘기하고 있는 우리 국민들의 성숙함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미래를 내다보며 희망과 의지를 함께 다져가는 모습의 한 자락을 볼 수 있었다. 금년 한 해도 많은 변화와 예상치 못했던 일들 속에 어려움이 계속되겠지만, 그 또한 지나갈 것이다. 다만 2017년의 대한민국은 행복한 개인이 곧 행복한 국민이 될 수 있는 그런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배영(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

* 데이터 출처: 트위터 관련 자료는 조사전문업체인 닐슨코리안클릭(koreanclick.com)의 버즈워드(Buzzword)데이터를 이용함. 분석에 활용한 트위터 데이터는 2016년 1월 1일 ~ 12월 31일까지를 대상으로 2,222만개 이상의 계정에서 추출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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