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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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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개종

입력
2010.07.05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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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문을 두드렸기에 나는 문을 열었다

문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문의 안쪽에는 나와 기원이 있었다

나는 기원을 바라보며 혹시 무언가 잘못된 것이 있는지 물었다

기원은 내게 잘못된 일은 없다고 말해주었다

그렇다면 다행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올 여름의 아름다운 일들을 생각했다

아무런 일도 생각나지 않았다

뜨거운 빛이 열린 문을 통해 들어오고 있었다

무더운 여름이었다

● 내게 아직도 선명하게 남은 종교적 체험이라면 무더운 여름날, 육중한 문을 열고 들어간 성당의 서늘함입니다. 거기까지 걸어가는 동안의 길들은 햇살에 뜨겁게 달궈져 있었고, 눈이 부실 정도로 환했죠. 성당에 들어가 저는 잠시 서 있었습니다. 오래 되어 검게 변한 벽은 차가웠습니다. 빛은 바닥에 고여 있었습니다.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시원과 서늘과 오싹 사이를 오가는 그 어떤 기온이 저를 감싸더군요. 이 시에 나오는 것처럼 문 밖은 아름다운 여름이었고, 저는 잘못된 일이 없기만을 바랐습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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