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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보듬고 과거사 앙금 털어내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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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보듬고 과거사 앙금 털어내는 미국

입력
2018.03.08 18:24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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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 종전 후 첫 다낭 기항

고엽제 피해자 위로 행사 열고

평화 염원 노래 부르며 마음 얻어

“중국에 충분한 견제 신호” 해석도

지난 7일 다낭시 고엽제 피해자 지원센터에서 열린 칼빈슨호 승조원들의 위문행사에서 한 여수병이 아이들과 함께 밴드 반주에 맞춰 노래 부르고 있다. 뚜이쩨
지난 7일 다낭시 고엽제 피해자 지원센터에서 열린 칼빈슨호 승조원들의 위문행사에서 한 여수병이 아이들과 함께 밴드 반주에 맞춰 노래 부르고 있다. 뚜이쩨

“여전히 과거를 생각하면 아프다. 하지만 미국과 베트남의 협력은 계속돼야 한다”(호앙 융ㆍ베트남 시민), “아주 세련된 방식으로 중국을 견제하고, 베트남 사람들의 마음도 얻었다”(베트남 외교가 관계자).

지난 5일 베트남 종전 이후 43년만에 베트남을 찾은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호 전단이 미국에 대한 베트남 사람들의 가슴 속 앙금을 크게 씻어내고 있다. FA-18 전폭기 24대와 잠수함발사 크루즈 미사일 등 막강한 무력을 지녔으면서도, 고엽제 피해자를 위로행사와 여성 수병이 베트남 현지노래를 열창하는 행사를 잇따라 열면서 베트남 언론의 찬사를 듣고 있다.

이에 따라 다낭 항구 주변은 항모전단을 구경하려는 차량과 오토바이로 연일 북적이고 있다. 공교롭게 서울 한강과 이름이 같은 다낭의 한강을 가로지는 뚜언 푸억 대교에도 시민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응우옌 하이씨는 “5,000명 이상의 승조원들이 생활한다는 큰 배를 직접 보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8일 일간 뚜이쩨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전날 미해군 제7함대 필립 소이어 소장을 단장으로 하는 30명 규모의 위문단이 다낭시의 ‘고엽제 피해자 지원센터’를 찾았다. 위문단은 밴드 연주를 비롯해 아이들과 종이 꽃 접기, 칠하기 등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승조원 고든 왓킨스는 “난 오늘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으로 와서 아이들과 놀고 있다”며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인기를 끌었다. 행사에는 호찌민시에 올라간 팀 릿슨 부총영사도 참가했다.

특히 여성 승조원이 베트남 노래 ‘노이 봉 따이 런(Noi Vong Tay Lon)’을 아이들과 열창할 때는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서로 손 잡고 큰 원을 만들자’는 내용의 이 노래는 베트남전 당시 평화와 통일에 대한 베트남 사람들의 염원을 잘 담은 노래다. 직접적인 사과의 말 대신 절묘한 선곡을 통해 과거를 딛고 베트남과 함께 미래를 함께 열어가겠다는 미국의 뜻을 전달한 셈이다.

피해 당사자도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행사를 지켜 본 또 남 고엽제 피해자협회 회장은 “그 어느 때보다 즐거워하는 아이들 모습을 보니 많은 생각들이 든다”고 말했다. 또 “오늘 행사는 피해 아동들은 돌보고 있는 센터 직원들, 특히 피해 아동들이 앞으로 살아가는데 있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언론들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첫날 1면을 항모 사진으로 도배를 하다시피 하면서 관련 소식을 전한 일간 뚜이쩨는 이날도 1개 면을 할애해 관련 사진을 실었다. 다낭시가 마련한 환영행사부터 고아원 등 시설 방문 등 미군 장병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전하고 있다. 국경 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짠 꽁 득 박사는 “미군의 이번 방문은 베트남과 미국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것으로 미군의 베트남 방문을 열렬히 환영한다”며 “수 천명의 미군이 베트남에 다시 왔지만, 반세기 사이에 그 방문의 의미는 완전히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역사적 방문을 마친 칼빈슨 항모전단은 9일 5일간의 방문을 마치고 떠나지만, 베트남 외교가에서는 대내외적으로 적지 않은 성과를 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관계자는 “공식 행사에 공산당 간부 등 정치인들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직접 자극하지 않았지만, 미국은 중국에 충분한 견제신호를 보냈을 뿐만 아니라 베트남 사람들의 마음 속 앙금도 크게 털어내는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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