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왕ㆍ양산 ICD 등 추가 발견은 안돼
정부 “방제작업 중에 제거 추정”
여왕개미 한 마리가 여러 개 군락 연합
전문가들 “1, 2년은 더 지켜봐야”
2015년 가을 경기 안양시의 농림축산검역본부 정원에서 1,000만마리 규모의 일본왕개미 ‘제국’이 발견됐다. 당시 국립생태원장이었던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의 눈에 수십 마리씩 몰려다니는 개미떼가 눈에 띈 게 계기였다. 국립생태원은 정밀 조사를 벌여 일본왕개미 제국이 최소 50년 전 이곳에 정착한 한 마리의 여왕개미에서 퍼져나간 가족이란 결론을 내렸다. 도심 속에 아무도 모르게 제국을 건설해온 셈이다. 전문가들이 지난달 28일 부산항에서 발견된 붉은 불개미 군락의 여왕개미가 이미 죽었을 것이란 정부의 추정에 고개를 가로 젓는 것도 이러한 개미의 번식력과 집단생활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8일 “여왕개미 사체가 발견된 건 아니지만, 집단을 떠나지 않는 특성이 있어 일개미들과 함께 방제 작업 과정 중 제거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부산항의 물량 대부분이 이송되는 경기 의왕시ㆍ경남 양산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붉은 불개미가 추가로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도 근거로 들고 있다. 의왕 ICD와 양산 ICD는 항만에서 발견된 붉은 불개미들이 컨테이너 이동 경로를 따라 내륙으로 옮겨갔을 것으로 추정되던 곳이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7일 두 곳에서 민관합동조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개미 전문가인 김병진 원광대 명예교수는 “여왕개미가 죽었을 것이란 정부의 추정은 코미디에 가깝다”며 “붉은 불개미의 위력을 모르고 방제 작업을 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김 교수는 이미 10년 전부터 호주와 중국까지 퍼진 붉은 불개미의 위험성을 경고해 왔다. 그는 “남미에서 출발한 화물선에 묻어 미국 플로리다에 상륙한 붉은 불개미가 북서 지역인 캘리포니아까지 퍼져 미국 토착 개미의 3분의 2가 사라진 바 있다“며 “붉은 불개미로 인한 사망자는 연간 100여명에 달하고 가축들의 피해도 엄청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건은 여왕개미를 잡는 것이다. 개미는 여왕개미, 일개미, 병정개미, 수개미 등으로 이뤄진 군락(Colonyㆍ콜로니)을 형성하는데 붉은 불개미는 여러 개의 군락 연합체인 ‘슈퍼 콜로니(Super Colony)’를 만드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교수는 “정부가 1,000마리를 잡았다고 하지만 여왕개미가 어딘가에서 또 다른 콜로니를 만들고 있을 지 알 수 없다”고 경고했다. 더구나 날씨가 추워질수록 여왕개미는 더 깊은 곳에서 산란을 하는 특성이 있다.
남상호 대전대 석좌교수도 “여왕개미가 죽었다고 예단할 수 없다“며 “1,2년 뒤 부산 인근 지역에서 다시 발견되는 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 동안 야외 활동이 늘며 붉은 불개미에 대한 공포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7일까지 “붉은 불개미를 본 것 같다”는 의심 사례는 모두 21건 접수됐다. 검역본부 관계자는 “주로 부산 지역에서 신고가 접수됐지만 강원, 경기, 인천에서도 의심 신고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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