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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인터뷰]“심플하면서 화려한 연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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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인터뷰]“심플하면서 화려한 연주하고 싶다”

입력
2015.11.22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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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조성진이 22일 도쿄 신주쿠 게이오프라자호텔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22일 도쿄 신주쿠 게이오프라자호텔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쇼팽 국제피아노콩쿠르 우승으로 전세계 클래식음악계의 슈퍼스타가 된 조성진(21)을 22일 저녁 일본 도쿄 신주쿠(新宿) 게이오플라자호텔에서 만났다. 찰랑거리는 검은 머리카락에 해맑은 미소, 앳된 표정을 보니 전날 도쿄 시부야(?谷) NHK홀에서 폭발적 열정과 에너지를 쏟아내던 무대 위의 조성진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그는 “제가 정말 유명해졌냐”며 “쇼팽 콩쿠르 우승 후 파리에서 만난 한국 관광객들이 알아보시던데, 한국가도 그럴지 궁금하다”고 했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들어가기 전 우선 20일, 21일 NHK공연 소감을 묻자 “첫 공연은 시차적응에 미흡해 좀 불만이 있지만 두 번째 날은 자연스럽고 편안했다. 앙코르곡인 폴로네이즈는 원래 좋아하는 곡이다. 조국이 어려웠을 때 영웅을 떠올리는 쇼팽의 애국심이 담겨 감동적이다”고 답했다. 전날 기자가 직접 본 연주회에서의 감동이 새삼 떠올랐다. 조성진은 현란한 테크닉을 신들린 듯 쏟아내며 변화무쌍하게 연주회의 피날레를 뜨겁게 끌어올렸다. 이하는 일문일답.

_콩쿠르 우승상금을 어디에 쓸지 결정했나.

“별로 돈 들어가는 취미가 없다. 다른 남자들처럼 차에 관심도 없고 옷 사는 것이나 컴퓨터, 핸드폰 다 관심이 없다. 아직도 못 정했다.”

_어떤 피아노를 갖고 있나.

“일본의 가와이 피아노가 있고 한국집엔 야마하가 있다. 가와이는 둥근 느낌이고 야마하는 소리가 맑다.”

_연습은 얼마나 하나.

“5시간을 안 넘기려 한다. 많이 한다고 잘 쳐지는 것 같지 않다. 평소에 많이 하면 바쁜 연주 여행 때 힘들어 딱 4시간만 집중 연습한다.”

_향후 연주 레퍼토리를 어떻게 늘려갈 생각인가.

“요즘 고민하는 부분이다. 향후 4년간 리사이틀 프로그램을 정했는데 독일, 프랑스 음악을 해보고 싶다. 쇼팽도 계속할 것이다.”

_구체적으로 알려달라.

“슈베르트와 베토벤, 모차르트, 드뷔시다. 베토벤 소나타는 32개가 있지만 와 닿는 작품은 4번, 7번, 8번이다. 23번 ‘열정’도 좋아하고 후기소나타 30, 31, 32번도 좋아한다. 모차르트는 콘체르토 24번을 요즘 좋아한다. 좋아하는 피아니스트는 루마니아 출신 라두 루푸와 아르헨티나 출신 마르타 아르헤리치이다.”

_스스로 추구하는 연주스타일이 뭔가.

“어떤 부분은 심플하게 치면서도 그 안에 화려한 것도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걸 표현하는 건 연주곡마다 작곡가마다 다르다.”

_앞으로 음악인생을 어떻게 구상하나.

“이제부터 가장 어려운 시기가 시작될 것이라 생각한다. 매니지먼트나 커리어 관리 등 모든 게 이전과 달라질 것이어서, 향후 2,3년 뭐든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다. 음악가로서 성취나 뭐 그런 거창한 것은 아직 정하지 않다. 누구든 성공기준이 다르다. 오랫동안 좋은 연주활동을 하고 싶다.”

얘기가 심각해지는 것 같아 일상으로 화제를 돌렸다.

_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됐지만 대학생이다.

“친구가 많은 스타일은 아니다. 사교적이지 않아서 내 또래 대학생이 어떻게 노는지는 모른다. 클럽에 가는 것에 관심도 없고 밤늦게 돌아다니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_좋아하는 음식은.

“파스타와 삼겹살을 좋아한다. 우동, 메밀국수 같은 일식도 좋다.”

_술은 안마시나.

“(웃으며) 술은 좋아한다. 와인과 맥주를 친구들 집으로 초대해서 마실 때가 있다.”

_여자친구는?

“없다. (뜸들이다) 연애는 지금은 정신이 없어서…”

_군대는 어떻게 되나?

“중학교 3학년인 2009년 하마마쓰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을 해 예술특별요원으로 면제받았다. 작년에 4주 훈련을 받았고 내년 7월에 끝난다. 감사 드린다.”

_손은 특별히 관리하나.

“지나치게 신경 쓰면 오히려 다칠 수 있어 예민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농구 같은 건 하지 않는다. 손가락이 좀 더 두꺼웠으면 좋겠다.”

_테러사건이 났을 때 파리에 있었는데.

“밤 9시쯤이었다. 집밖에서 앰뷸런스 소리가 나길래 야후프랑스 인터넷을 접속해보니 큰 비극이 벌어졌더라. 조금 있다 지인들로부터 연락이 쏟아졌다.”

그가 전날 앙코르곡으로 또다시 폴로네이즈를 선택한 이유는 고난 속에 영웅을 떠올리던 쇼팽의 마음을 전달하려 한 것임을 그제서야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도쿄= 글ㆍ사진 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22일 도쿄 신주쿠 게이오프라자호텔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 도중 쇼팽콩쿠르 우승을 일군 자신의 손가락을 펴보이고 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22일 도쿄 신주쿠 게이오프라자호텔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 도중 쇼팽콩쿠르 우승을 일군 자신의 손가락을 펴보이고 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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