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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의 마지막을 지키지 못한 이들에게 보내는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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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의 마지막을 지키지 못한 이들에게 보내는 위로

입력
2016.10.20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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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중 누군가 아프거나 슬퍼하면 제일 먼저 눈치 채고 다가와 괜찮아질 때까지 곁을 지켰던 피어. 재클린 페르난데스 제공
가족 중 누군가 아프거나 슬퍼하면 제일 먼저 눈치 채고 다가와 괜찮아질 때까지 곁을 지켰던 피어. 재클린 페르난데스 제공

반려견 피어가 살아있었다면 올해 열네 살이 된다. 피어는 가족이자, 나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 침대도, 화장실도 함께 썼고, 생일도 하루 차이여서 매년 생일파티도 함께했다.

피어는 지난 해 11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피어의 마지막 날, 나는 피어의 곁을 지키지 못했다. 내가 평소 가장 두려워했던 최악의 상황이 결국 현실로 일어난 것이다.

피어를 처음 만난 건 2002년, 한 펫샵에서였다. 판매점의 강아지 분양 광고를 보고 찾아갔는데 머리에 초록색 리본을 단 채 울타리 안에서 깡총깡총 뛰던 작은 푸들 종 강아지를 발견했다. 그 주 주말 우리 가족은 푸들 강아지를 데려왔고, 그렇게 피어는 우리 가족이 됐다.

피어는 우리 집의 ‘왕자님’이었다. 가족들 모두 피어를 위한 장난감, 간식, 옷 등을 사는 데 아끼지 않았다. 심지어 피어만을 위한 작은 크리스마스 트리를 선물한 적도 있다. 피어는 우리 가족에게 기쁨이었다. 우리가 피어를 보살펴주는 만큼 피어도 우리 가족을 보살피는 것 같았다. 피어는 가족 중 누군가 아프거나 슬퍼하면 제일 먼저 눈치 채고 다가와 괜찮아질 때까지 곁을 지켰다.

슬플 때마다 눈물을 혀로 닦아주던 생전 피어의 모습. 재클린 페르난데스 제공
슬플 때마다 눈물을 혀로 닦아주던 생전 피어의 모습. 재클린 페르난데스 제공

피어가 네 살이던 해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 방안에서 TV를 보고 있는데 피어가 갑자기 온몸을 떨기 시작하면서 걷지를 못했던 것이다. 피어는 간질을 진단 받았고, 그때부터 피어는 평생 약을 먹어야 했다.

그러던 중 나는 직장 때문에 가족이 사는 잭슨빌과는 떨어진 로스앤젤레스에서 살게 됐다. 1년에 고작 두 번 집에 갈 수 있었다. 때문에 항상 피어의 마지막을 보지 못할 수 있다는 걱정을 안고 살아야 했다.

지난 해 나는 크리스마스를 가족과 보내기 위해 집으로 가는 티켓을 예약했고, 피어를 볼 날만을 학수고대했다. 그런데 티켓을 예약한 그 주 토요일 엄마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왔다. 피어의 심장 상태가 나빠졌으며, 걷지도 못하고 잘 먹지도 않는다는 소식이었다. 가슴이 철렁했고 두렵고 불안했다. 옆에서 슬플 때마다 눈물을 혀로 닦아주던 피어의 모습이 떠올랐다.

수의사는 피어에게 심장약을 처방했지만 예후가 좋지 않을 거란 말을 했다고 한다. 가족들 모두 피어가 기적적으로 회복하기만을 바랬다. 며칠 후 피어의 상태는 조금 나아졌지만, 완전히 회복하진 못했다. 그 당시 나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크리스마스에 피어를 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생전 피어가 이불 속에서 얼굴만 내밀고 있다. 재클린 페르난데스 제공
생전 피어가 이불 속에서 얼굴만 내밀고 있다. 재클린 페르난데스 제공

일주일 뒤 출근하던 길에 엄마로부터 피어가 아침에 세상을 떠났다는 연락을 받았다. 통화는 짧았다. 엄마도 나도 긴 대화를 하기에는 너무나 마음이 아팠기 때문이다. “피어는 우리와 멋진 삶을 살았어, 우리 가족이 피어의 삶 일부였다는 게 행복해”라는 말을 했을 뿐이다.

전화를 끊고 출근길을 서둘렀지만 쏟아지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직장에 도착했고 고맙게도 상황을 이해해준 직장 상사 덕분에 휴가를 쓸 수 있었다.

피어가 영원히 사라졌다니, 다시 볼 수 없다니 꿈만 같았다. 왜 이렇게 피어와 멀리 떨어져 살았을까? 피어가 아프다고 했을 때 곧바로 집으로 가지 않았을까? 많은 후회가 밀려왔다고 피어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엄청난 후회 속에 피어의 죽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죽음에는 시간 제한이 없다. 죽음에는 어떤 계획표도, 일정표도 없다. 그러나 사랑하는 누군가가 죽는다는 두려움 때문에 삶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피어의 죽음이 아닌, 피어가 내게 가르쳐준 소중한 것들에 더 집중했다. 그렇게 내 자신을 용서하고 마지막을 함께 하지 못한 나에 대한 분노를 떨쳐버릴 수 있었다.

피어를 통해 또 하나 알게 된 것은 강아지공장의 불편한 진실이다. 이 사실을 안 후 반려동물을 사는 것보다 입양하는 것을 지지하게 됐다. 현재 함께 하고 있는 고양이 두 마리도 보호소를 통해 입양했다. 피어는 품종견이 가질 수 있는 많은 건강 문제들을 지니고 살았다. 피어가 강아지공장 출신인지, 혹은 동물의 복지를 고려하지 않은 나쁜 브리더를 통해 판매점에 팔렸는지 확실치 않지만, 어떤 경우든 피어의 삶과 아픈 피어를 바라보는 우리 가족에게 피해를 준 것은 사실이다.

내게 진정한 반려인으로서의 삶이 어떤 것인지 알려준 피어. 조건 없는 무한한 사랑과 인내가 무엇인지 보여준 피어를 언제까지나 기억할 것이다.

반려견이 신발을 물어 뜯고, 의자를 망가뜨리고, 너무 많이 짖더라도 반려견이 바라는 건 오직 반려인의 사랑, 관심이란 사실을 기억하기를 바란다.

출처= How I Forgave Myself for Not Being With My Dog When He Died

번역= 한송아 동그람이 에디터 badook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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