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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래하는 '1인 출산' 시대 "결혼 NO, 출산 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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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래하는 '1인 출산' 시대 "결혼 NO, 출산 YES"

입력
2017.02.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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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후반 A씨는 대기업 중견관리직에 오를 정도로 능력을 인정 받지만 결혼 생각은 없다. 굳이 여성에게 불리하고 불합리한 제도에 속하고 싶지 않다. 그래도 “세상에 내 편인 사람, 나와 연결된 끈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나 홀로’ 출산을 결심했다.

난관의 연속이었다. 국내에선 불임부부만 인공수정 시술을 받을 수 있는 탓에 매년 외국 정자은행을 찾았다. 동양계 외국인 정자를 구해 시술을 했지만 1번에 착상이 되지 않아 3년간 3차례 시도 끝에 지난해 초 겨우 임신에 성공했다. 시술 비용만 1,000만원 가량 들었다. 딸을 출산한 A씨는 “직접 낳은 아기를 바라보니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A씨는 “그간 벌어놓은 돈도 있고 재취업도 자신 있어” 몇 년 간 아이를 키우겠다는 다짐으로 회사를 그만뒀다.

프리랜서 문모(26)씨 역시 A씨와 비슷한 가치관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당장은 나 홀로 출산을 할 계획이 없다. 임신 과정의 어려움이야 어떻게든 버틸 수 있겠지만 이후 아이와 함께 할 생활이 걱정된다는 것이다. 그는 “한부모가정에 대한 양육비 지원이 월 12만원에 불과하다는 걸 알고 우선 경제적 기반을 갖출 때까지 결혼 없는 출산을 보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A씨는 “제도적 지원만 충분하다면 나처럼 홀로 출산에 나서는 여성이 더 늘 것 같다”고 거들었다.

아직은 생소한 ‘자발적 1인 출산’이 조금씩 늘고 있다. 흔히 원치 않은 임신이 출산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일컫는 미혼 출산과 달리,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받쳐주고 재취업에 대한 부담이 적은 전문직과 프리랜서 여성들이 결혼은 거부하고 출산을 한다는 점에서 ‘비혼(非婚) 출산’이라 부를 수 있겠다.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혼 출산이든, 비혼 출산이든 이들을 뒷받침할 제도가 보다 탄탄해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5일 통계청 사회조사를 분석해보면,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비율은 2016년 24.2%로 2010년(20.6%)보다 3.6%포인트 증가했다. 인터넷 공간에선 “결혼은 싫지만 출산은 하고 싶다” “경제력만 된다면 정자기증 받아 혼자 아이를 키우고 싶다” 등의 글들을 찾아볼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OECD 회원국 평균 혼외출산율은 2014년 기준 40.5%로 20년 새 16.3% 증가했다. 우리나라 혼외출산율도 2000년 0.9%(5,540명)에서 2010년 2.1%(9,639명) 등 꾸준히 증가세다. 혼외출산은 미혼과 비혼 출산 그리고 법적 부부가 아닌 동거 출산을 아우른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중년층인 40-44세 미혼비율이 2005년 6.1%에서 2015년 17.0%로 급증하는 등 비혼 인구가 크게 늘었다”며 “유럽처럼 경제적 안정을 갖춘 비혼 여성들이 출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선제적인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영미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는 “결혼 여부와 관계 없이 아이를 안심하고 낳아 기를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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