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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로힝야족과 불교 근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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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로힝야족과 불교 근본주의

입력
2017.09.12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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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는 국민 열 명 중 아홉 명이 불교를 믿는 불교국가다. 이슬람교도와 기독교도도 있지만 소수다. 이 중 이슬람교도인 로힝야족은 지금 말로 옮기기조차 힘든 핍박을 받고 있다. 로힝야족 반군이 정부군 초소를 공격했다는 이유로 정부군이 가공할 폭력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민간인 1,000명 정도가 숨지고 30만명 이상이 방글라데시로 피신한 것으로 추정된다. 불에 태워 죽이고 목을 잘라 죽이는 등 학살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잔혹하다. 이 때문에 단순 살상이 아니라 인종 청소라는 소리까지 나온다.

▦ 로힝야족의 수난을 거슬러 올라가면 영국이 등장한다. 영국은 1885년 미얀마 식민지배에 나서면서 다수 민족인 버마족을 탄압하고 소수민족을 우대했다. 식민지배에 널리 사용된 분할통치 방식이다. 방글라데시에 있던 로힝야족이 건너온 것도 이 무렵이다. 로힝야족은 영국에 협조하면서 중간계급을 형성했다. 그러나 2차 대전 후 미얀마가 독립하면서 로힝야족은 박해를 받기 시작했다. 반군 소탕을 이유로 한 군부의 폭력에 시달렸고 다른 소수민족에게는 주어진 시민권도 받지 못했다. 결혼ㆍ산아ㆍ이동 또한 제한을 받았다.

▦ 로힝야족을 괴롭힌 또 다른 세력은 불교도다. 2012년 과격 불교도들이 로힝야족을 공격해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이번에도 불교 민병대가 군부와 함께 폭력과 방화를 자행하고 있다. 불교는 포용과 화해를 중시하는 관대한 종교이지만 미얀마의 일부 불교도는 이슬람과 결코 함께 할 수 없다는 근본주의 성향을 보인다. 그 대표 인사가 승려 아신 위라투다. 미국의 시사주간 타임의 표지를 장식했던 그는 “미얀마의 빈 라덴”을 자처하면서 “미친 개가 옆에 있으면 편히 잘 수 없다”며 무슬림 공격을 부추겼다.

▦ 위라투는 ‘969운동’으로 이름을 알렸다. ‘969운동’에서 9는 부처의 아홉 특징, 6은 부처의 여섯 가르침, 마지막 9는 불교 교리의 아홉 가르침을 뜻하는데 그는 이를 이슬람 공격에 활용했다. 더 놀라운 것은 정부의 태도다. 전임 테인 세인 대통령은 ‘969운동’을 평화의 상징으로, 위라투를 ‘부처의 아들’로 띄우며 과격 행동을 뒷받침했으며 현재 미얀마의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는 이번 학살을 모른 체 하고 있다. 이제 자비와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평화의 불교도들이 나서 이 무지막지한 폭력을 말려야 할 때다.

박광희 논설위원 kh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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