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국회에 계류돼 있던 테러방지 법안들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는데 합의했다. 해당 상임위를 거쳐 여야 합의안이 마련되면 조속한 시일 안에 처리하기로 했다. 프랑스 파리 동시다발 테러 이후 국내도 테러 불안감이 높아진 것을 고려한 결과다. 2001년부터 추진돼온 테러방지 법안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시작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이슬람국가(IS) 등에 의한 무차별적 테러가 난무하는 상황이니 정부의 테러대처 역량 강화는 시급하고도 중요하다. 실제 우리도 더 이상 테러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국가정보원이 어제 국회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IS 공개 지지자가 국내에 10여명 있고, 국내에 들어와 있는 테러단체 가입자 50여명에 대해 출국 조치했다. IS가 보복을 선언한 국가 62개국 가운데는 한국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사제폭탄의 원료인 질산암모늄을 국내로 몰래 들어오려던 외국인 IS 동조자들이 적발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관련 법안 제정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왕 법을 만들 거면 충분한 논의를 거쳐 문제가 되는 요인을 거르는 게 바람직하다. 분위기에 편승에 무조건 법안을 처리할 게 아니라 인권침해나 권한남용 가능성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합의안을 도출하는 게 옳다. 국회에 제출된 테러방지 법안에서 가장 우려되는 사항은 국정원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도록 한 점이다. 국정원 산하에 대테러센터를 두고 테러위험 인물에 대해서는 금융거래와 통신정보를 거의 제한 없이 수집할 수 있도록 돼있다. 국정원이 대선개입 댓글 사건과 해킹 의혹 등 정치적 중립 훼손과 인권침해 논란의 중심에 선 전력을 고려할 때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테러 대응 명목으로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에 대한 과도한 정보 수집을 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대테러 컨트롤타워를 청와대 국가안보실이나 총리실이 맡는 방안이 합리적이다. 국정원은 산하기관으로서 정보 제공 역할을 충실히 하면 된다. 미국도 대테러 컨트롤타워를 정보기관이 아닌 국토안보부에 맡긴 점을 참고할 만하다.
^테러방지법에 규정된 테러나 테러위험 인물의 정의가 모호해 자의적 해석과 집행 여지가 큰 점도 우려를 자아낸다. 테러사건이 발생할 우려가 현저한 경우까지도 군 병력을 동원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문제다. 헌법이 정한 비상사태 선언도 하지 않은 채 정부가 임의로 군을 동원하도록 한 것은 위헌논란의 소지가 있다. 여야가 실질적인 논의를 거쳐 합리적인 대안을 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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