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묵인 태도에 해명 급급
차량 돌진 20대 “나치즘 심취”
이 와중에 편가르기 재선광고 첫 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시위 과정에서 발생한 유혈충돌 사태를 인종차별 폭력으로 규정하지 않아 비난이 고조되자 백악관이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백악관은 13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은 폭력과 편견, 증오를 비난했다. 비난에는 백인우월주의자와 (백인우월주의 단체인) 큐클럭스클랜(KKK), 신나치주의자, 모든 극단주의 단체들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3명이 숨지고 30여명이 다친 폭력사태에 대해 언급하면서 유혈충돌의 책임을 백인 우월주의자에게 묻지 않아 민심이 들끓자 뒤늦게 해명을 내놓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편(many sides)에서 나타난 증오와 편견, 폭력의 지독한 장면을 최대한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한다”고 말해, 백인우월주의 시위대에 맞섰던 흑인민권단체 등 반대 쪽에도 책임이 있다는 식의 태도를 취했다. 인종차별을 묵인하는 듯한 트럼프의 인식은 시민단체와 언론은 물론, 여야 정치권에서도 강한 반발을 불렀다.
백악관 주요 참모들도 직접 나서 논란을 가라앉히느라 애썼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NBC방송에 출연해 샬러츠빌 폭력사태를 “국내 테러”로 규정했다. 톰 보설트 국토안보보좌관도 CNN방송에 나와 나치와 백인우월주의자를 비판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는 트위터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인종주의와 백인우월주의, 신나치가 설 땅은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인 우월주의 집회에 항의하는 시위대 한 가운데로 차량을 돌진해 1명의 목숨을 빼앗고 20여명을 다치게 한 범인 제인스 알렉스 필즈 2세(20)는 고교 재학 시절부터 나치즘에 심취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필즈에게 켄터키주 랜덜 K 쿠퍼 고교에서 역사를 가르쳤던 데렉 와이머는 이날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필즈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와 관련한 심층 리포트를 쓴 적이 있다”며 “잘 쓴 글이었지만 독일군과 SS 친위대에 푹 빠진 듯 보였다”고 증언했다. 이어 “필즈에게 나치즘의 실상을 일깨우려 했으나 그를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필즈는 전날 사건 현장에서 체포돼 2급 살인죄와 3건의 상해죄로 기소됐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와 버니지아 인종차별 폭력 사태 등 대내외적 악재에도 재선을 겨냥한 첫 TV광고 영상을 선보이며 재집권 의지를 분명히 했다.
트럼프 재선 캠프에서 제작해 이날 공개한 광고물은 30초 분량으로 그가 취임 후 일자리를 창출하고 주가를 급등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미군이 수십 년 내 가장 강해졌다고도 했다. 반면 민주당과 언론, 기성 정치인들을 ‘적’으로 규정한 뒤 “대통령의 적들은 트럼프가 성공하길 바라지 않지만, 미국민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 일을 하게 하자’고 말한다”면서 편가르기를 시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취임 직후부터 재선 계획을 밝혔으며 전국을 순회하면서 대선 유세 형식의 지지자 집회도 개최했다. 6월에는 재선 기금 마련을 위해 좌석당 3만5,000달러(약 400만 원)짜리 만찬 행사를 열기도 했다. 미 언론은 “재선 광고는 백인우월주의자들의 폭력 시위로 국내 여론이 분열된 지 하루 만에 나왔다”며 공개 시점과 내용 모두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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