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간 공방 속 역량 확인
토론 교칙 몰라 감정싸움도
이번 대선에서 처음 도입된 스탠딩 토론은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각 후보들이 원고 없이 상대 후보의 질문에 답하는 토론을 통해 역량을 가감 없이 보여줌으로써 유권자에게 다양한 선택 기준을 제공했다는 점은 긍정 평가됐다. 다만 5자 구도로 진행되면서 집중도가 떨어졌고, 토론 규칙을 숙지하지 않은 후보들 간 감정 싸움이나 네거티브가 난무했던 점은 개선될 사항으로 거론됐다.
이번 대선에서 스탠딩 토론은 총 세 차례 진행됐다. 첫 스탠딩 토론이었던 지난달 19일 토론에선 사회자의 개입을 줄이고 후보들이 발언시간 총량 내에 난상토론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손에 쥔 자료 없이 후보들의 물고 물리는 정책 토론을 벌이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질문이 집중되면서 사실상 ‘문재인 청문회’가 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 두 후보가 치열한 논쟁을 벌이는 동안 나머지 세 후보는 멀뚱멀뚱 서 있거나 특정 주제에 대해 서로 발언하겠다고 끼어드는 등 산만한 분위기에서 토론이 진행됐다.
두 번째 스탠딩 토론이었던 지난달 23일 3차 토론에선 특정 후보에 몰리는 진행은 다소 완화됐다. 그러나 시작부터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의 성폭력 모의 논란에 따른 안철수 국민의당ㆍ유승민 바른정당ㆍ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의 홍 후보 사퇴 요구로 10여분을 허비했다. 안 후보는 토론 주제인 외교ㆍ안보ㆍ정치와 상관 없는 ‘갑철수’, ‘MB(이명박) 아바타’ 이야기를 꺼내 논점을 벗어났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세 번째 스탠딩 토론이었던 2일 6차 토론은 교육ㆍ복지ㆍ국민통합을 주제로 토론이 진행됐으나 후보간 감정적 공방은 계속됐다.
전문가들은 이런 한계에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사회자의 일방적인 질문이 줄고 후보 간 공방으로 진행되는 방식에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선거법 개정을 통해 일정 지지율 이상의 후보 간 양자 또는 3자 토론을 진행하고, 주제도 세분화한다면 유권자에게 판단의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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