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독일서 한국 유물 지키는 김영자씨 “지속적 관심ㆍ지원 필요해”
알림

독일서 한국 유물 지키는 김영자씨 “지속적 관심ㆍ지원 필요해”

입력
2016.10.28 18:10
0 0
독일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 선교박물관 한국관 큐레이터 역할을 하고 있는 김영자 전 레겐스부르크대 교수는 "박물관 유물의 80%는 동아프리카에서 왔고 나머지 20%가 동아시아인데 한국 유물이 그 중 절반이어서 아예 한국관을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독일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 선교박물관 한국관 큐레이터 역할을 하고 있는 김영자 전 레겐스부르크대 교수는 "박물관 유물의 80%는 동아프리카에서 왔고 나머지 20%가 동아시아인데 한국 유물이 그 중 절반이어서 아예 한국관을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독일 뮌헨에서 서쪽으로 40여㎞ 떨어진 곳에 자리한 작은 마을 에레싱의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에는 한국의 귀한 유물을 전시하는 박물관이 있다. 겸재 정선의 금강산 화첩이 이곳에서 발견돼 경북 칠곡군 왜관수도원으로 영구 임대됐고, 현재 1869년 ‘곤여전도’(세계지도) 완본을 비롯해 1,000여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 선교박물관 한국관을 지키는 이는 김영자(77) 전 독일 레겐스부르크대 한국어문학과 교수다. 최근 한국을 찾은 김씨는 “독일에서 머나먼 한국으로 가 포교하다, 남북으로 분단된 뒤 북한의 탄압에 순교한 성직자들을 기리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들이 이곳에 남긴 우리 유물들을 보존하는 일밖에 없는 것 같아 이 일을 자청했다”고 말했다. 2005년 9월 정년으로 대학을 떠난 뒤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의 한국 유물 지킴이로 변신한 그는 무보수로 일하며 세월의 흐름 속에 조금씩 망가져 가는 유물들을 보수ㆍ복원하고 있다.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은 20세기 초반 서울 백동(현 혜화동) 수도원을 지으며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조선 고유문화가 일제에 의해 파괴되는 것을 안타까워했던 노르베르트 베버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 총원장은 조선에서 많은 물품을 독일로 가져왔다. 문화 인류학자이자 예술가였던 베버 원장은 1911년 한국을 여행하며 쓴 글과 찍은 사진을 모아 ‘고요한 아침의 나라’와 ‘수도사와 금강산’을 펴냈고, 1925년 다시 한국을 찾아 기록영화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를 촬영했다. ‘삼국유사’를 독어로 번역해 독일에 소개한 김씨는 1999년 ‘수도사와 금강산’을 우리말로 번역해 출간하기도 했다.

1965년 천주교 신부의 제안으로 독일 유학길에 오른 뒤 줄곧 독일에서 거주하고 있는 그는 1975년 레겐스부르크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1986년부터 이 대학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쳤다. 정년이 될 무렵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이 소장하고 있는 한국 유물을 정리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일을 시작했다. 한국 문화재청과 국립민속박물관과 끊임없이 연락하며 전문 인력을 초청해 500점이 넘는 소장품을 실측하고 보고서를 만들었다.

가장 중요한 건 점점 상태가 악화되는 유물들을 보수하고 복원하는 일이었다. 적잖은 비용이 필요했지만 한국 관계 기관의 지원을 받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수도원은 2012년 말 한국관을 폐쇄하고 바이에른주 문화재청 지원금을 받아 박물관 보수 작업을 한 끝에 3년 만인 지난해 10월 재개관했다. 소장품 중 가장 귀한 유물인 곤여전도를 보수하는 데는 수도원 후원금 외에 사비도 들어갔다. 김씨가 돈이 부족해 귀중한 한국 유물 복원이 어렵다는 사정을 들은 한국에 사는 김씨의 조카가 비용을 대겠다고 나섰다. 그는 “곤여전도 말고도 현재 전시된 것 중 손을 봐야 할 것이 많다. 매년 한 개씩만 보수해도 좋을 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김씨는 한국 유물 지킴이로 활동하는 한편 한국과 독일의 문화 교류에도 힘쓰고 있다.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 선교박물관 한국관 재개관을 기념해 지난 6월 한국문화향연을 열어 우리나라의 전통문화와 음식을 소개했다. 아쉬운 건 자신의 뒤를 이어 일을 맡아줄 사람이 아직 없다는 점이다. “무보수로 해야 하니 사명감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누군가 저를 이어 해주실 분이 나타났으면 좋겠어요. 해외에 있는 우리나라 문화재에 관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