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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위기, '자급자족' 도시농업이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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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위기, '자급자족' 도시농업이 살 길이다

입력
2015.08.14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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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벽돌· 빌프리트 봄머트 지음· 김희상 옮김· 알마 발행ㆍ348쪽ㆍ1만6,000원
빵과 벽돌· 빌프리트 봄머트 지음· 김희상 옮김· 알마 발행ㆍ348쪽ㆍ1만6,000원

도시가 도시농업으로 자급자족한다? 그게 가능할까? 식량은 농촌에서 생산하고 도시는 소비하는 것 아닌가? 설령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다 해도 그것으로 식량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까?

‘빵과 벽돌’은 이런 질문에 답한다. 가능할 뿐 아니라 식량 위기에 살아 남으려면 그 길밖에 없다고. 지금의 식량 공급체계는 너무 불안해서 붕괴할 수밖에 없으며, 기후변화와 점점 가속화하는 도시화로 인해 도시민의 생존 자체가 위협을 받을 것이므로,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미래 식량은 농촌이 아닌 도시의 빌딩 사이에 있다고 말한다. 북반구의 부유한 나라에서 남반구의 가난한 나라까지 지구 전역에서 이미 이를 위한 실천이 시작됐다며 구체적 사례를 소개한다.

이 책의 위기의식은 다급하고 절실하다. 베를린이나 런던, 도쿄 같은 대도시는 비축해둔 식량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작 사흘이다. 더 두려운 것은 도시 자체의 인구 폭발이다. 전문가들은 2030년까지 35억명이 도시 인구에 합류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도시 주민 상당수는 빈민으로 전락한다. 농촌은 갈수록 텅텅 비는데 도시는 미어 터진다. 이 많은 인구를 어떻게 먹여 살린단 말인가.

한국도 도시농업 실험을 시작했다. 학교 옥상 텃밭의 아이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도 도시농업 실험을 시작했다. 학교 옥상 텃밭의 아이들. 한국일보 자료사진

과학기술이 해결해 줄 테니 걱정 말라는 낙관에도 이의를 제기한다. 고층빌딩을 조명과 급수장치를 갖춘 인공농장으로 만들어 식량을 생산하는 첨단영농은 돈과 에너지를 엄청 잡아먹기 때문에 바람직한 대안이 못되고, 거기서 거둔 식량은 비싼 생산비 때문에 부자들이나 먹을 수 있을 거라고 지적한다.

저자가 소개하는 자급자족 도시농업은 거창하지 않고 소박한 것들이다. 도시의 공터나 빌딩 옥상에 텃밭을 가꾸고, 집집마다 베란다에 채소 화분을 키우고, 공원에 꽃 대신 야채를 심는 식이다. 겨우 그 정도로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냐 싶지만, 결코 부실한 처방이 아니다. 아프리카 케냐 빈민촌의 자루텃밭이 좋은 예다. 수도 나이로비의 키베라 주민들은 집집마다 푸대자루에 흙을 담고 야채를 키운다. 동부 아프리카 최대 빈민가인 이곳엔 수도도, 화장실도, 텃밭 들어설 곳도 없다. 하지만 2008년 전 지구적 식품가격 폭등으로 식량 수송이 끊어졌을 때도 자루텃밭 덕분에 끄떡없이 버텨냈다. 먹고 남아서 시장에 팔기도 한다.

이 책에는 도시농업으로 청년실업을 낮추고 지역을 재생하거나 시 주민들이 공동 텃밭을 가꾸면서 더불어 사는 즐거움과 정신적 풍요를 누리며 자급자족 경제에 접근하는 사례도 많다. 이 모든 실천은 시민사회가 주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조직하고 운영하는지 참고할 만한 경험이 많아 일독할 가치가 있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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