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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성 “故 백남기 외인사가 맞다”, 주치의는 “적극치료 못 받아 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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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성 “故 백남기 외인사가 맞다”, 주치의는 “적극치료 못 받아 병사”

입력
2016.10.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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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측 ‘병사’ 진단 뒤집진 않아

“외압은 없었다” 입장 고수 불구

특위 내부서도 의견 갈린 듯

“백씨, 연명치료 하고도 숨졌다면

외인사 맞지만 유족 원하지 않아”

주치의 책임 떠넘기는 발언 논란

3일 오후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에서 열린 고 백남기 씨의 사망진단서 논란에 대한 서울대병원-서울대 의대 합동 특별조사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이윤성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가 논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오후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에서 열린 고 백남기 씨의 사망진단서 논란에 대한 서울대병원-서울대 의대 합동 특별조사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이윤성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가 논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 백남기씨의 사망진단서 논란을 자체 조사한 서울대병원ㆍ서울대의대 합동 특별조사위원회(특위)가 작성 지침을 위반한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병사”라는 백씨 주치의의 진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또 특위 위원장과 백씨 담당 주치의가 상반된 견해를 밝히면서 오히려 논란을 키웠다. 심지어 주치의는 병사 진단의 책임을 유족 측에 떠넘기는 듯한 태도까지 취해 비판 여론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병원 특위는 3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심폐정지라는 사망 징후를 직접사인으로 기재한 것은 일반적인 사망진단서 작성 원칙과 다르다”면서도 “담당 교수가 주치의로서 헌신적인 진료를 시행했으며 특수 상황에 대해 진정성을 가지고 작성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5일 백씨 사망 당시 작성한 사망진단서에는 선행사인으로 뇌에 충격이 가해졌을 때 생기는 급성 경막하출혈, 중간선행사인으로 급성신부전증, 직접사인으로 심폐기능 정지라고 돼 있다. 병원 측은 직접사인을 토대로 사망 종류를 ‘병사’로 결론 내렸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가 지난해 3월 내놓은 ‘진단서 작성ㆍ교부지침’ 개정안에 ‘사망진단서 작성시 (사망 원인이 아닌 증상인) 심폐정지 등을 직접사인으로 기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는 것을 근거로 전공자들의 반론이 제기되면서 외압을 받아 작성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특위 위원장인 이윤성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일반적으로 교통사고든 자살이든 선행사인이 (백씨처럼) 급성 경막하출혈이면 ‘외인사’로 적는 게 맞다”며 백씨 진단서가 작성 지침을 위반한 점을 시인했다. 단 사망원인의 최종 판단은 치료를 직접 담당한 의사 재량에 속하고 주치의가 적절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면 문제될 게 없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관계자 진술과 진료 경과 등을 살펴 봤을 때 어떠한 외압이나 강요는 없었으며 담당 교수는 오로지 자신의 의학적 판단을 따랐다”고 강조했다.

故 백남기 농민의 딸 백도라지 씨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견동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서울대학교병원-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합동 특별조사위원회의 사망 진단서에 대해 반박하는 유가족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故 백남기 농민의 딸 백도라지 씨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견동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서울대학교병원-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합동 특별조사위원회의 사망 진단서에 대해 반박하는 유가족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백씨 주치의인 백선하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고인의 직접적 사인은 사망 6일 전부터 급속하게 진행된 신부전증”이라는 기존 진단서 내용을 재확인했다. 백 교수는 “지난해 수술 이후 합병증이 계속됐지만 가족들이 평소 고인의 뜻에 따라 적극적인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았다”며 “혈액투석 등 급성신부전에 대한 적정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아 심폐정지를 직접 사인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급성 경막하출혈 후 생긴 합병증을 충분히 치료하고도 백씨가 숨졌다면 외인사가 맞지만 유족 거부로 그런 과정이 생략돼 심폐정지를 사인으로 적시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결과적으로 서울대병원은 사망진단서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결과는 번복하지 않아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특히 이 위원장이 발표 직후 질의응답에서도 사견을 전제로 “나는 외인사로 쓰겠다”고 거듭 밝히자, 백 교수는 “저는 의견이 다르다”고 반박해 특위 내부에서도 논쟁이 해소되지 않은 채 입장 발표를 서둘렀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유족과 백남기투쟁본부는 서울대병원이 재차 백씨 사인을 ‘병사’로 못박자 사고 당일 병원 응급실 상황이 녹화된 영상을 근거로 강하게 반발했다. 백씨가 처음 병원으로 이송됐을 당시 의료진은 소생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요양병원으로 옮길 것을 권유했으나 백 교수가 뒤늦게 나타나 수술을 제안하고 치료까지 이어간 게 결과적으로 병사로 몰아가기 위한 일련의 시나리오 아니었느냐는 주장이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회 소속 김경일 전 서울시립동부병원 원장은 “안 해도 될 수술을 하고 치료를 지속한 의도가 결국 병사임을 입증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부검영장 집행을 둘러싼 갈등도 더욱 격화할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인 논란과 별개로 법원 결정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부검영장 집행 원칙에는 변함이 없으며 유족과 성심껏 협의해 이른 시일 안에 부검을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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