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기술 선도 LG화학ㆍ삼성SDI
폭스바겐과 250억 달러 공급 계약
보조금 배제한 中진출 가능성 열려
포스코 등은 칠레 리튬 생산권 확보
차세대 전지기술 개발은 아직 숙제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 중국에서 보조금 배제 조치를 당하는 등 중국의 노골적 견제를 뚫고 국내 배터리업계가 세계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다. 중국 대신 내연기관차 판매를 규제하는 유럽ㆍ인도 시장 공략에 나서 연달아 대어를 낚은 데 이어, 배터리의 핵심 소재 공급자도 안정적으로 확보해 도약의 날개를 달았다는 평가다. 다만 차세대 전지 개발이 부진해 가파른 성장세가 발목 잡힐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이달 13일(현지시간) 유럽ㆍ중국에서 출시될 전기차 양산을 위해 LG화학, 삼성SDI, 중국 CATL 등과 2025년까지 250억달러(약 26조원)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폭스바겐은 2022년까지 전기차 생산기지를 16곳(현재 3곳)으로 늘려 2025년엔 연간 전기차 판매량을 300만대(지난해 4만3,000대)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전기차 열풍을 주도하는 테슬라의 지난해 판매량(10만2,807대)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시장까지 포함하면 2025년까지 폭스바겐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계약 규모는 400억~500억달러(약 42조~53조원)에 달할 것”이라며 “국제 기술을 선도하는 LG화학과 삼성SDI가 상당기간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폭스바겐은 미국에서 출시할 전기차의 배터리 공급업체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2020년부터 중국 전기차 보조금 제도가 일몰제가 그대로 지켜지면 중국 시장 진출 가능성도 열릴 수 있다.
게다가 이달 9일 삼성SDIㆍ포스코는 세계 최대 리튬 생산국인 칠레에서 현재 전기차에 널리 쓰이는 리튬이온배터리의 핵심 소재(양극재) 생산권을 확보했다. 두 기업은 575억원을 투자해 칠레 현지에 생산 합작법인을 설립한 뒤, 칠레 정부로부터 리튬을 공급받아 2021년 하반기부터 연간 3,200톤 규모의 전기차용 양극재를 생산한다. 양극재는 음극재ㆍ분리막ㆍ전해액과 함께 전기차 배터리를 만들 때 필요한 4대 핵심 재료 중 하나다.
앞서 지난달에는 LG화학이 인도 마힌드라그룹과 배터리 기술협력을 공식 발표했다. LG화학은 니켈ㆍ코발트ㆍ망간 등을 기반으로 한 배터리를 개발해 마힌드라와 자회사인 쌍용차에 공급하게 된다. 2030년까지 휘발유ㆍ디젤 등 내연기관차를 퇴출하고, 전기차만 판매하도록 한 인도의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중요 이정표를 세운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마힌드라그룹은 타타그룹과 함께 세계 4위 규모인 인도 자동차 시장을 이끄는 쌍두마차다.
업계의 자신감도 상당하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연평균 15%씩 고도성장해 2020년까지 매출액 36조4,000억원을 달성하겠다”며 “현재보다 매출액이 10조원 안팎 늘어나는 것인데, 그중 절반이 배터리 쪽에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영현 삼성SDI 사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시장이 크게 성장하는 만큼 회사 규모도 큰 폭의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자신했다. 시장조사업체 B3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16년 25GWh에서 2020년 110GWh로, 2025년에는 350~1000GWh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현재 국내 업체가 주도하는 리튬이온배터리가 향후 5~10년 안에 성능 향상이나 용량 증대 등에서 한계에 부딪힐 것으로 보고, 서둘러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주대영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리튬이온배터리 주도권을 놓쳤다고 생각한 도요타 등 일본 기업이 차세대 전지로 주목받는 전고체배터리 개발에 적극 뛰어들었다”며 “국내 기업의 전고체배터리 기술은 뒤처져 있는 만큼 대폭적인 연구개발(R&D)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수 시간 걸리는 리튬이온배터리와 달리 전고체배터리는 5분 만에 80%를 충전할 수 있다. 주행거리도 2배 이상 길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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