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박준석 기자

등록 : 2017.03.19 17:09
수정 : 2017.03.19 22:03

“저 바닷물을 다 퍼서라도…제 딸을 찾아야죠”

등록 : 2017.03.19 17:09
수정 : 2017.03.19 22:03

“배가 올라오지 못할까 겁나고

한 명이라도 못 찾으면 어쩌나

두려움 속에 하루하루 보내

장례 치르고 유가족 되는 게 소원

학수고대라는 말 밖에 할 말 없어”

세월호 선체 시험인양이 진행된 19일 오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에서 단원고 미수습자 조은화 양 엄마 이금희(왼쪽) 씨와 허다윤 양 엄마 박은미 씨가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진도=연합뉴스

“저 바닷물을 다 퍼서라도 제 딸을 찾고 싶은 심정이에요.” 지난 17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만난 박은미(48)씨는 “1,060일 넘게 이곳에서 바다를 보며 견디고 있는 이유는 최소한 엄마로서 차가운 바닷속에 갇혀 있는 아이를 품에 안고 집에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라며 이 같이 토로했다.

그는 3년 전 수학여행을 떠났다가 지금까지 돌아오지 못한 경기 안산시 단원고 2학년2반 허다윤양의 ‘엄마’다. 이날 박씨 옆에는 단원고 2학년1반 조은화양의 어머니 이금희(49)씨도 함께 했다. 그의 딸도 다윤양과 같은 날 같은 배를 탔다. 그리고 아직 돌아오지 못했다. 이씨는 “우리가 지금 팽목항에 있는 건 ‘엄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월호가 침몰한 2014년4월16일, 미수습자 가족의 시간은 그 자리에 멈춰 있다. 전날 인천항을 떠나 제주로 향하던 세월호에는 승객 304명이 타고 있었다. 지금까지 시신으로 돌아온 사람은 295명. 아직 9명이 차가운 바다에 갇혀 있다. 박씨는 “처음 사고가 나고 (시신이 수습될 때) ‘마지막이 내가 되면 어쩌지’라는 두려움을 대부분의 부모들이 갖고 있었다”며 “한 달이 되지 않아 대부분의 부모님이 (아이의 시신을) 찾아 올라갔지만 저희는 아직도 여기에서 아이를 기다리고 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미수습자 가족들의 소망은 세월호 선체를 인양해 9명의 미수습자를 찾고 ‘유가족’이 되는 것이다. 박씨는 “많은 분들이 세월호 피해를 입은 분들을 똑같은 유가족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아직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있다”며 “저희도 유가족이 될 수 있도록, 그리고 (우리의 시간이) 17일로 넘어갈 수 있도록 아빠와 엄마의 마음으로 기도해 달라”고 호소했다.

19일 세월호 선체를 해저면에서 1~2m 들어 올리는 ‘시험 인양’이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인양줄이 꼬이면서 이마저도 실패하자 이들의 실망감은 극도로 치달았다. 전날 해양수산부는 시험 인양이 성공하면 곧바로 본 인양을 추진할 수도 있다고 기대감을 키웠다. 그러나 높은 파도에 세월호 참사 3주기 전에 본 인양을 하겠다는 계획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동생 권재근씨와 조카 혁규씨를 기다리는 권오복(63)씨는 “학수고대, 그 말밖에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박씨는 “세월호가 올라오지 못할까 봐 가장 무섭고 겁난다”며 “만약 배가 올라오더라도 ‘한 명이라도 못 찾는 사람이 있으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도 크다”고 말했다. 이씨는 “(정부가 국회나 언론에 세월호 인양 현장을 공개할 때) 현장에 너무 깊숙하게 들어가는 것 같다”며 “ 혹여 인양 작업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 겁이 난다”고 지적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세월호 사태의 수습이 ‘아프다’ ‘잊지 않겠다’는 구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씨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세월호 속에 있는 9명을 찾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낸 후 조사를 통해 사고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하고 법과 제도를 바꿔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그게 세월호 304명의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진도=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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