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인난이 심각한 일본 편의점 업계가 급기야 심야 무인계산 점포 운영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일자리가 넘치면서 힘든 일을 기피하는 세태가 심화되자 가장 먼저 24시간 운영을 하는 편의점들이 구인난 타격을 입었고 고육지책으로 첨단 정보기술(IT)을 활용한 무인계산 점포를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일본에선 야간근무로 고된 편의점이 외국인 노동자들의 주무대가 되다시피 한 지 오래다.
5일 요미우리(讀賣)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편의점 업계 3위인 로손이 내년 봄부터 도쿄도내 2,3곳에서 심야시간 무인계산 점포를 시험 운영한다. 다케마스 사다노부(竹增貞信) 로손 사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일손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인공지능(AI)이나 로봇, 빅데이터를 활용해 24시간 영업을 계속할 것”이라며 대금 지불을 자동화하는 새 기술 적용 확대 계획을 밝혔다. 당장 내년부터 스마트폰을 활용해 스스로 모바일 결제를 하는 서비스를 도입, 손님이 적은 오전 0~5시 계산 작업을 무인화한다는 계획이다. 이 구상에 따르면 심야 시간 고객은 스마트폰 전용 앱을 무인점포 출입구 태블릿PC에 대는 방식으로 가게에 드나들 수 있다. 현금은 사용할 수 없으며 결제용 앱으로 상품의 바코드를 읽어내 대금 결제를 마칠 수 있다. 신용카드와 연동된 앱으로 사용자를 특정할 수 있어 가능한 일이다.
당장 완전 무인화된 점포를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점원 1명이 계산이나 손님 응대를 제외한 진열, 청소 작업을 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 직원이 카운터에 있지 않아 심야 시간 담배와 술을 판매하지 않고, 방범카메라를 증설해 도난 예방대책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IT를 활용해 얼굴인증으로 성별이나 연령대를 파악하고 상품을 추천하는 시스템도 편의점 업계에서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오사카(大阪) 지역에서 일부 시범을 보인 셀프계산 로봇 활용도 확대한다는 게 로손의 계획이다.
업계 2위인 패밀리마트는 일부 지역에 한정해 24시간 영업을 포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손님 방문이 현저하게 적은 점포들은 심야영업 중단시 매출에 미칠 영향을 분석 중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보도했다. 반면 세븐일레븐은 심야 영업 방식 변경에 아직 신중하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24시간 영업을 포기하는 일은 절대 없다”라며 “다만 인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뿐만 아니라 외식업계도 일손 부족이 심각해짐에 따라 대형 패밀리레스토랑인 로얄홀딩스가 지난달 카운터 종업원을 두지 않고 신용카드로 고객이 직접 계산하는 지점을 처음 오픈했다. 이 레스토랑은 요리 과정에도 사람의 손이 최대한 미치지 않도록 하는 반자동 쿠킹시스템을 적용해 종업원 고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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