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가요건 규정… 기존 시설 1개월 내 학부모 요구 땐 동영상 열람·제공
인증평가도 부모 참여 형식으로 "형식적 규제 실효 의문" 지적도
정부는 어린이집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해 학대가 발생했을 때 즉시 어린이집을 폐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외에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 인증평가에 학부모 참여, 보육교사 자격요건 강화 등 대책을 추진한다.
16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어린이집 아동폭력 근절대책에는 현재 21%에 불과한 CCTV 설치율을 전체 어린이집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신규 시설은 CCTV 설치를 인가 요건으로 규정하고, 기존 시설은 관련 개정법 발효 후 1개월 내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복지부는 부모가 요구할 경우에는 관련 동영상을 열람 및 제공하도록 제도화하기로 했다.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는 참여정부 때도 한 차례 추진됐지만, 교사 인권침해라는 시민단체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현재는 어린이집 원장과 학부모 협의 하에 자율적으로 설치하도록 하고 있어 전국 4만4,000여개 어린이집 중 CCTV가 설치된 곳은 9,081개에 불과하다.
허술한 어린이집 인증평가는 부모 참여 형식으로 전환된다. 어린이집 보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취지로 2005년부터 시행된 어린이집 인증평가제는 한국보육진흥원이 복지부 위탁을 받아 어린이집을 평가ㆍ심의하고, 75점 이상(만점 100점)을 획득하면 복지부 인증을 받게 된다. 그러나 평가인증 항목이 총 정원 준수, 회계서류 구비, 안전사고보험 가입, 보육실 설치, 행정처분 전력 등 형식적 평가에 치우쳤다는 지적이 많았다. 학대 사고가 발생한 인천 어린이집이 94점의 높은 점수로 정부의 평가인증을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또 다시 유명무실한 평가가 도마에 올랐다. 3년마다 하는 인증평가 때만 반짝 대비했다가 이후엔 제대로 관리가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런 지적을 감안해 복지부는 학부모가 현장 평가에 참관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평가항목도 아동 안전과 관련된 ▦학대예방 ▦급식 ▦시설 ▦차량 등을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또 신청 기관에 한해 진행하는 제도를 바꿔 10월부터 모든 어린이집이 의무적으로 인증평가를 받도록 규정을 바꾼다.
그러나 이번 대책 역시 형식적 규제에 그쳐 실효성이 낮을 것이라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1997년부터 어린이집을 운영하며 어린이집 비리를 고발해온 이은경 큰하늘어린이집 대표는 “원칙적으로 CCTV 설치 의무화에 찬성하지만, 아동학대 사각지대를 모두 막을 수는 없다. 또 평가인증 때 현장 관찰은 하루만 이뤄지기 때문에 학대 여부를 확인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대다수 어린이집 규모가 협소해 아동학대를 동료교사나 원장이 모를 수 없는 만큼 연대책임을 지는 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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