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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만년 살아온 고령식물의 푸른 숨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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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만년 살아온 고령식물의 푸른 숨소리

입력
2015.06.19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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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레타는 안개와 극소량의 빗줄기가 유일한 수분원인 절대사막, 칠레 아타카마에서 제 몸의 밀도를 키워가며 3,000년을 살아냈다. 월북 제공
야레타는 안개와 극소량의 빗줄기가 유일한 수분원인 절대사막, 칠레 아타카마에서 제 몸의 밀도를 키워가며 3,000년을 살아냈다. 월북 제공

사람이 한 평생 살아남기란 얼마나 고달픈가. 갈등 가난 질병 등 고작 100년의 여정을 괴롭히는 걸림돌들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수천 배는 더 긴 험로를 걸어온 존재가 있다. 대륙은 물론 사막, 남극, 바닷속을 최소 2,000년부터 60만년간 지켜온 고령 식물들이다.

뉴욕 필름 아카데미 석학회원이자 구겐하임 펠로십 수상자인 사진작가 레이첼 서스만은 2004년부터 10여년 간 세계를 누비며 만난 이 생명들의 모습을 사진과 글로 담아냈다.

'위대한 생존' 레이첼 서스만 지음ㆍ김승진 옮김 월북ㆍ300쪽ㆍ2만5,000원
'위대한 생존' 레이첼 서스만 지음ㆍ김승진 옮김 월북ㆍ300쪽ㆍ2만5,000원

저자는 “터무니없이 아름다워 웃음밖에 안 나오는” 이들의 모습을 형형한 사진으로 소개한다. 또 각종 기후변화 지각변동에 대항한 생명체들의 생존법도 소개한다. 1억 8,000년 전 남극에 살던 너도밤나무는 남극 기온이 내려가자 한 뿌리씩 움직여 이제 호주에서 발견된다. 웰위치아는 수분을 아끼기 위해 평생 딱 2잎을 펴낸다.

그녀의 글과 사진은 비단 예술적 가치를 발할 뿐 아니라 인간의 변화를 촉구한다. 나무들이 직면한 최대 도전이 바로 인간임을 여실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3,000년 된 야레타 나무를 베어 연료로 쓰는 것이 대표적이다. 야레타 나무는 1년에 딱 1㎝ 자란다.

나무들의 조용한 인내와 처신을 마주하다 보면 한없는 경이로 숙연해진다. 내 삶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한계에 직면했다 싶은 이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은 나무들의 푸른 숨소리를 권한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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