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박소영 기자

한규민
디자이너

등록 : 2017.07.13 17:24
수정 : 2017.07.14 14:20

SNS 판치는 ‘지인 능욕 계정’…여성들 뿔났다

[사소한소다]<43> SNS 합성음란물 계정과의 전쟁

등록 : 2017.07.13 17:24
수정 : 2017.07.14 14:20

트위터에서 진행중인 합성음란물 추방운동에서 고발된 음란물 합성 계정들. 트위터 캡쳐

“저는 15살 때 교복 입고 찍은 셀프카메라 얼굴 사진을 사회관계형서비스(SNS) 프로필 사진으로 설정해 놨다가 카카오톡으로 19세 남성의 성기 사진을 받았습니다.

17살 때는 페이스북에서 모르는 사람에 의해 제 신상정보가 야한 사진과 프로필 사진으로 합성돼 돌아다니는걸 발견했습니다.”(중략)

“제 잘못은 아니었지만 ‘왜 프로필 사진을 네 셀카 사진으로 했니?’란 말을 들었는데, 과연 이게 문제가 없는 건가요?” (트위터에 해시태그 ‘#DigitalSexualcrimeOut’ 으로 게시된 사연 재구성)

최근 트위터에서 ‘지인ㆍ연예인 합성사진 계정’(이하 합성음란물 계정)과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SNS를 이용하는 일반인 프로필의 얼굴 셀카 사진 혹은 연예인 얼굴 사진을 알몸 사진 등에 합성한 합성음란물을 제작하고 대상자를 성적으로 모욕하는 글과 함께 게시하는 합사 계정은 위법이다. 형법과 정보통신망법에 저촉되는데다 특히 피해자 신상 유포에 따른 2차 피해도 높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관계당국 또한 분주하다. 지난해 9월 서울경찰청에선 불법 음란 포털사이트인 소라넷 등에 여성 연예인과 지인 등 135명의 합성음란물을 게시한 20대 남성이 구속되기도 했다. 최근엔 자신의 호감을 거절한 여성들의 사진이나 음란 사진 등을 합성해 개인 정보와 함께 배포한 1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합성음란물 문제에 대한 사회적 심각성을 반영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시민단체들도 나섰다. 지난 3일부턴 ‘지인 연예인 합성 신고계정(@habsungout)’이 이런 합성음란물 제작 의뢰를 받고, 이를 게시하는 트위터 계정 240여개를 트위터 본사에 신고하는 ‘#DigitalSexualcrimeOut’ 운동까지 시작했다. 디지털 성폭력 고발단체인 디지털성범죄아웃(DSO)이 경찰청과 트위터 본사에 해당 계정에 대한 처벌 촉구 서명을 진행하면서 본격적인 합성음란물 계정 추방운동도 불붙기 시작했다. 합성음란물 계정 추방운동 열흘째인 13일 현재 최초로 문제 삼은 300여개의 트위터 계정은 신고가 누적되면서 사용이 정지됐다.

의뢰인ㆍ제작자ㆍ게시자ㆍ참여자…분리된 역할, 취약한 범죄의식

합성음란물 관련 범죄는 단독 범행이 아닌 다수의 가해자가 참여한 집단 성폭력의 양상을 띈다. 예컨대 연예인이나 지인 사진을 무단으로 도용, 음란물과 합성시킨 이후 ‘A는 강간당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모욕을 요청하는 ▦의뢰자와 의뢰자에게 문화상품권 등 금전적 대가를 받고 합성음란물을 만드는 ▦제작자, 합성음란물을 트위터, 텀블러 등 SNS 계정에 피해자의 신상정보, 성적 모욕글과 함께 공개하는 ▦게시자, SNS 계정에 올라온 합성음란물에 성적 모욕글을 달며 재배포하거나 합성음란물에 정액 등을 뿌리고 그 사진을 인증하는 ▦참여자 등의 역할로 나뉜다.

트위터에서 합성음란물 추방운동이 진행되는 가운데 새로 등장한 트위터 지인 합성 계정. 사진과 함께 지인의 이름과 나이, 학교, 의뢰자와의 관계 등의 신상정보를 요구하는 게 이들의 특징이다. 트위터 캡쳐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순식간에 합성음란물의 대상으로, 많은 이들에게 성적 모욕을 당하는 이중 피해도 겪고 있다. 게다가 사는 곳과 학교 등 신상정보까지 알려지면서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조차 모욕과 추가 성범죄의 위험에도 처한다. 하지만 가해자들은 본인의 범죄 가담을 부분적인 역할로만 인식해 죄의식이 낮고, 처벌 역시 미비한 문제가 발생한다.

하예나 DSO 대표는 “과거에 접촉했던 합성음란물 범죄의 가해자는 ‘나는 문란한 여성들을 고발 받아서 SNS에 올린 것뿐이다. 그 사람을 직접 가해할 생각이 있었던 것이 아닌데 무슨 잘못이 있냐?’고 말했다”며 “DSO에서 고발한 합성음란물 가해자도 고작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고 말했다.

해외 SNS인 텀블러에서 '지인 능욕' 키워드로 찾을 수 있는 합성음란물 계정들. 텀블러 캡쳐

트위터 다음은 텀블러… 대응력 떨어지는 해외 SNS 떠도는 합성음란물 계정들

비록 이번 합성음란물 계정 추방운동으로 트위터에서 활동하는 계정들의 상당수가 정지됐지만 일시적인 상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에서 트위터보다 대중 주목도가 약한 텀블러 등 또다른 SNS로 옮겨갈 뿐이라는 판단에서다. 하 대표는 “텀블러에는 특히 아동이 피해자인 합성음란물과 수 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유명 계정들이 많다”며 “해외 SNS 매체 특성상 신고 대응이 늦고, 합성음란물 계정을 경찰이 사실상 방치하면서 세력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외국에서는 딥웹(Deep Web : 검색엔진에서 찾을 수 없는 웹페이지)에서나 찾을 수 있는 아동 합성음란물이 일반 웹사이트에 버젓이 게시돼 검색엔진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하 대표는 “해외에서 아동 포르노물은 딥웹에서나 찾아볼 수 있고, FBI도 딥웹에서 수사를 한다”며 “공개된 웹페이지에서 아동 음란합성을 넘어 아동 강간물까지 찾을 수 있는 한국의 상황은 굉장히 기형적”이라고 비판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디자인 = 한규민 디자이너 szeehg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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