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된 탑보다 더 높게 세우겠다" 내일 애기봉서 기도회 개최키로
"한기총, 종교를 앞세워 이념투쟁" 개신교계에서도 반대 목소리 높아
보수 개신교 단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애기봉 등탑 재건을 위해 기도회 개최와 건립비 모금 추진 등에 나서기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경기 김포시의 해병대 2사단 애기봉 전망대에 있던 등탑은 대북 선전수단 중 하나로 2004년 6월 남북합의에 따라 정부가 점등을 극히 제한해왔고 최근에는 국방부가 철거했다(▶지난기사).
한기총은 “14일 오후 3시 애기봉에서 약 200여명의 목회자, 성도들이 참석해 ‘국가와 민족을 위한 기도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12일 밝혔다. 기도회에선 한기총 소속 목사들이 ‘평화공원 조성과 애기봉 등탑의 재건을 위하여’,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민족복음화를 위하여’, ‘60만 군 장병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하여’를 제목으로 특별 기도에 나선다.
한기총은 지난달 31일에도 성명을 내 “기독교계와 사전에 어떠한 합의도 없이 국방부가 갑작스럽게 등탑을 철거한 것에 매우 유감”이라며 “철거된 등탑을 대신할 등탑을 세우기로 했다”고 밝혔다.
등탑건립추진위원장에는 한기총 내에서도 보수 성향으로 통하는 홍재철 전임 대표회장 목사가 임명됐다. 홍 목사는 “애기봉 등탑은 종교의 자유를 포함해 자유가 보장된 남한 사회를 나타내는 상징물”이라며 “과거 좌파 정권(참여정부)이 개신교계와 합의도 없이 점화를 하지 않기로 하더니 최근에는 국방부가 철거까지 했는데 이는 용납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홍 목사는 “정부와 협의를 거친 뒤 성도들의 성금을 모아 이전의 18m보다 더 높은 등탑을 짓겠다”며 “이미 등탑 설계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한기총의 애기봉 기도회와 재건 운동은 남북관계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화해 분위기이던 남북관계는 극우 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로 최근 다시 냉각됐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애기봉 등탑은 체제 경쟁을 하던 과거 대북 심리전의 상징물로서 이를 재건하자는 주장은 냉전시대 때의 낡은 사고”라며 “대결을 해서라도 북한을 변화시키겠다는 태도는 남북관계에 득이 될 게 없다”고 말했다.
등탑 재건 움직임은 개신교계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관계자는 “한기총이 종교라는 이름으로 이념투쟁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와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도 “등탑 재건 주장은 전쟁을 유도하는 위험한 생각”이라며 14일 오전 종로구 연지동 한기총 건물 앞에서 반대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밝혔다.
파장이 일 조짐이 보이자 한기총 대표회장인 이영훈 목사는 뒤늦게 “기도회 참석 인원을 150명 이하로 줄이고 조용하게 기도회를 치르겠다”고 밝혔으나 등탑 재건 방침은 고수했다.
정부는 한기총의 움직임을 일단 관망하는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애기봉 전망대는 공개시설이기 때문에 한기총의 기도회는 정부가 어찌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고 새로운 탑 건립 계획에 대해서도 아직은 정부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김포시는 2017년까지 예산 약 296억원을 들여 높이 54m의 전망대와 전광판을 세우는 등 철거된 등탑 주변을 평화공원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지난달 밝혔다. 이에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0일 논평을 내 “애기봉 등탑은 우리를 의도적으로 자극해 무력충돌을 일으키기 위한 광란적인 대결 소동의 상징물”이라며 “전망대 높이를 높이는 것은 엄중한 도발”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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