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라인 동원 中 설득전 결실
中, 회담 중 사드는 본격 거론 안해
미국과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안에 합의하는 과정에선 양국 외교ㆍ안보라인 간 적극적인 협상과 타협이 있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을 초청한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중국의 협조를 끌어냈다.
대북제재안에 대한 미중 간 합의는 왕 부장을 상대로 미국 측이 전방위 밀당에 나서면서 매듭지어졌다. ‘카운트 파트너’인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23일(현지시간) 왕 부장과 대북제재안의 세부 내용에 잠정합의하면서도 양국 간 갈등현안을 놓고 부딪쳤지만, 이튿날 왕 부장과 만난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은 건설적ㆍ생산적인 미중관계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의지를 전달하면서 중국 달래기에 나섰다.
왕 부장과 라이스 보좌관은 회동에서 양국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기후변화와 이란 핵협상 이행을 포함해 실용적인 양국 협력을 확대해나가자는 데 뜻을 같이 했다. 양국 간 갈등현안 중 하나인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 라이스 보좌관은 국제법 존중과 합법적 교역, 항행ㆍ비행의 자유를 강조하며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
왕 부장이 라이스 보좌관을 만나는 비슷한 시각 유엔 대표부를 비롯한 양국의 외교ㆍ안보라인도 동시에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강도 높은 대북제재안에 동의하면서도 그간 강조해온 대화채널 복원에 대한 요구를 구체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왕 부장과 라이스 보좌관의 회동 장소를 ‘깜짝’ 방문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왕 부장은 미중관계를 비롯한 주요 현안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에게 중국 측의 입장을 상세히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달 말 워싱턴에서 개최되는 제4차 핵안보정상회의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참석으로 성공적인 회담이 되기를 고대한다는 뜻을 표명했다.
양국 간 논의 과정에선 그러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한반도 배치 논란은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미국 측이 사드가 사실상의 ‘협상용 카드’일 수 있음을 시사한 상황이어서 왕 부장도 이 문제를 크게 부각시키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를 두고 왕 부장이 공개 제안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 논의의 병행 추진에 대해 미국 측이 융통적인 입장을 취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예정에 없이 오바마 대통령이 왕 부장을 만났다면 그만큼 양국 간 현안에 대해 중국 측의 입장을 배려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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