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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조원대 수리온 사업서 700억 혈세 줄줄 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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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조원대 수리온 사업서 700억 혈세 줄줄 샜다

입력
2015.10.12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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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방사청 예산 낭비 적발

"KAI가 원가계산서 허위 작성해

547억 챙겨… 243억 추가 부담"

부품 개발 실패에 출연금 환수 뒷짐

인건비 부풀리고 용역비 전용까지

한국형 헬기(수리온) 개발사업에서 방위사업청이 700억대 예산을 낭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수리온 양산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547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으며, 향후 240여억원이 추가로 투입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감사원은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무기체계 등 방산비리 기동점검' 감사결과를 12일 공개했다. 하지만 KAI는 방사청 등과 계약을 체결한 뒤 규정에 입각해 정당하게 지급받은 대가라며 감사원 결과를 반박하고 있어 논란이 번지고 있다.

수리온은 노후화된 군 기동헬기를 대체하기 위해 2006년부터 2023년까지 9조원을 투자하는 국책사업이다. 방사청은 이를 위해 양산 계약업체인 KAI를 통해 개발업체 21곳에 수리온 개발 관련 투자보상금(개발투자금 1,484억원과 기술이전비 1,552억원) 3,036억원을 대신 지급했다. 이 과정에서 KAI는 해당 투자보상금을 자사의 제조원가에 반영해 일반관리비와 이윤 등을 부당하게 산정한 원가계산서를 2013년 방사청에 제출했고, 방사청은 이를 그대로 인정해 KAI에 547억원을 과다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방사청은 단순히 투자보상금을 연결해주는 나머지 업체들에 전달해 주는 ‘중개 역하’에 그칠 뿐인데도 관리비 등의 명목으로 547억원을 추가로 요구해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2012년 방사청 자체 감사에서 KAI의 이윤을 반영하는 계산법이 부당하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담당자들은 아무 근거 없이 KAI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 과정에서 방사청 직원 A씨는 KAI 직원으로부터 세 차례에 걸쳐 상품권 80만원 상당을 수수하고 선글라스 구매 등 개인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현행 방식대로 방사청이 KAI와 후속 양산계약을 체결할 경우 추가로 243억원의 부당이득을 제공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방사청장에게 지급된 금액의 회수대책 및 향후 부당지급 방지 방안 마련을 통보하고 보상금 지급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주의를 요구했다.

방사청은 또 정부출연금 156억원이 투입된 수리온 동력전달장치 국산화 사업에서 개발실패에 따른 출연금 환수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방사청은 기관 내 법무담당관으로부터 환수가 가능하다는 검토의견까지 받고도 방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해당 사업은 개발기간 종료 3년이 지난 현재까지 실패의 책임소재도 제대로 규명하지 않은 채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방사청이 미국 정부와 협의하지 않은 채 미국 업체의 기술 이전을 전제로 엔진제어장치 소프트웨어 설계를 추진하다 미국 정부가 기술 이전을 불허하면서 설계비 18억원을 낭비한 사실도 드러났다. 또 KAI가 외주업체로부터 수리온 개발사업에 필요한 인력을 지원받는 과정에서 KAI직원이 처남 등과 공모해 외주업체를 설립한 뒤 인건비 단가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53억원을 가로챈 사실도 적발됐다.

이와 함께 감사원은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의 지원장비에 대한 감사결과도 이날 공개했다. 감사결과에 따르면 방사청은 터키 군수업체 하벨산사와 EWTS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지원장비를 국내에서 개발하기로 했지만 개발 하청을 받은 이규태 회장(구속)의 일광공영 계열사는 장비를 해외에서 무상 제공받거나 구매해 납품했다. 그런데도 방사청은 180억원을 그대로 지급해 국내기술개발이라는 당초 사업목적은 달성하지 못한 채 업체에 부당이득만 안겨줬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송은미기자 mys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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