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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이 역시 다 지나가리니…

입력
2017.02.22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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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2000년에 우리나라는 고령인구 비율이 7%를 넘어서 ‘고령화 사회’가 되었다. 그때부터 18년 후인 2018년, 고령인구 비율이 14%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데 올해 말이면, 고령인구 비율이 14%가 돼 ‘고령사회’가 1년 앞당겨질 전망이다. 9년 뒤인 2026년엔 노인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서 ‘초고령사회’가 될 거란다. 노인 인구 증가의 속도가 세계적이다. 돌봐야 할 노인들은 많아지는데, 이 나라를 이끌 아기 출생은 세계적으로 제일 낮은 수준이다(1.04명). 머지 않은 장래에 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국가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지는 사태를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아무리 달래고 얼러도 도무지 젊은이들이 아이 낳을 생각을 안 한다. 지금의 40,50대 장년들이 20여 년 후 고령인구가 돼 쓰나미처럼 밀려오는데도 말이다. 늘어난 노인들이 건강보험이며 국민연금을 까먹는 사이 젊은이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노인들을 부양해야 할 젊은이들의 형편이 이러하니 막막하기만 하다. 지금 젊은이들은 부모세대보다도 가난해질 게 뻔하니 역사상 가장 불행한 세대라 할 수 있겠다.

앞 뒤로 빽빽이 들어 선 노인들 한복판에 서 있는 나를 비롯한 우리 세대는 이런 소리들이 들려 올 때, 곤혹스럽기 짝이 없다. 어쩌다 효용가치라고는 없는 잉여인간들 한 복판에 서 있게 된 걸까. 절망스럽고 민망한 상태에서 빠져 나올 희망의 꼬투리 이론을 여기 저기서 찾아 보게 된다.

돈을 아무리 퍼부어 달래도, 안 되는 일은 안 되는 일이다. 안 되는 출산장려 정책에 매달리기보다는 저출산인 상태에서 살 길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인구가 많으면 전체 경제규모는 커지더라도 한 사람 개개인의 몫은 줄어든다는 건 나 같이 경제에 깜깜한 사람도 알 수 있는 얘기다. 오호라, 그래서 유난히 노동쟁의가 끊이질 않고, 양극화 현상이 심화했나 보다. 하지만 인구가 줄면 전체 경제성장속도가 느려지지만, 적은 인구가 골고루 경제혜택을 입게 된단다.

지금 우리나라의 인구밀도는 세계에서 최고 수준이다. 인구밀도 수치만으로 보면, 방글라데시가 가장 높지만, 우리나라의 65%나 되는 산악지형을 감안하면 실제 인구밀도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다. 우리 인구밀도가 얼마나 조밀한지 한 가지 예를 들어 보자. 미국 미네소타주는 우리나라 면적과 비슷하다. 근데 우리는 남북한 합해 7,500만명이 살고, 미네소타주는 542만명이 산다. 12분의 1이다.

이처럼 좁은 땅덩어리에서 많은 사람들이 서로 부대끼고 살다 보니, 인구수를 줄이려는 생물학적(유전자) 생태학적 반응으로 결혼율은 저하되고 출생율도 떨어지게 되는 거란다. 인간혐오증이 만연돼 있고, 사람들이 분노 조절능력이 저하되어서 온갖 갈등이 일어난다고 한다. 사람이 많다 보니, 사람들 사이의 경쟁률은 오죽하며, 세대갈등도 유난히 심하다. 노인들의 자살율은 OECD국가 중 최고로 높고, 노인 70%가 빈곤층이다.

한 세대, 그러니까 현재 40세 이상 되는 세대가 자연적으로 스러지는 시기가 되면, 저출산 문제는 자동적으로 해소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너무 비관적으로 세상을 전망하기보다는 힘을 모아 이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나면, 양극화에서 희생대상 같던 노동자들의 위상이나 수입도 늘고 개인이 누리는 삶의 질도 좋아질 거란다. 북구의 잘 사는 강소국들을 모델로 삼아 그려보는 세상이다.

적은 수가 태어나지만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100세를 사는 사회를 꿈꾸어 본다. 그 때가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긴긴 기간으로 느껴지지만, 거시적으로 인류 역사 전체로 볼 때는 이 역시 “눈 깜짝” 할 사이에 불과한 걸 거다. 어느 한 노인의 백일몽에 그칠 헛소리가 아니라, 내 손주들의 세상에서 이루어질 꿈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고광애 노년전문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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