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6년래 최저치로 떨어지자 금시장 들썩
달러화 강세에 눌려 금값 당장 반등 힘들 듯
전문가 “내년 하반기에 상승세 전환 가능성”
최고의 안전자산이라는 명성이 무색하게 3년 넘게 내리막을 걸어온 금값의 바닥을 가늠하려는 계산으로 시장이 분주하다. 국내에선 국제 금시세가 근 6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것을 계기로 연중 최대 매수세가 조성되는 등 반등이 머지않았다는 분위기가 번지고 있다. 그러나 금값의 발목을 잡아온 달러화 강세가 미국 금리인상으로 더욱 탄력을 받을 가능성을 비롯, 다양한 변수가 도사리고 있어 금값 향방을 예단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저가매수 노려라” 국내 금시장 활기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가 운영하는 금 현물시장(KRX금시장)은 개장 이래 가장 활발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11월 KRX금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량(27일 현재)은 18.9㎏으로, 지난해 3월 개장 이래 월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금값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온스당 1,100달러 선이 무너지며 매수세를 자극했던 지난 8월 일일거래량(12.3㎏)보다도 50% 이상 급증했다. 30.6㎏(8월21일)이던 일일 최대 거래량 기록도 지난 24일(32.5㎏) 경신됐다.
다른 금시장에도 화색이 돌고 있다. 예치금을 금으로 적립해 ‘금통장’으로 불리는 골드뱅킹 상품은 수요 회복으로 10월 금 적립량이 일제히 늘었다. 신한골드리슈(신한은행)는 110㎏ 늘었고 KB골드투자통장(국민은행)과 우리골드투자(우리은행)도 각각 23㎏, 14.4㎏ 늘었다. 세 상품의 금 적립규모가 각각 214㎏, 26㎏, 25.4㎏ 급감했던 8월과는 상반된 양상이다. 해외 금 가격지수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는 8월 40만주에 육박했던 일일거래량이 9월 들어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가 10월(35만7,330주)과 11월(32만2,780주) 들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금거래 호조는 금값이 온스당 1,800달러에 근접했던 2012년 10월 이래 줄곧 내리막을 보이다 최근 들어 한층 가팔라진 하락세를 보이자 저가매수를 노린 수요가 대거 유입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KRX금시장의 경우 가격 반등세가 꺾이자마자 투자 열기도 식어버린 8월과 달리, 금값이 2010년 2월 이래 처음 온스당 1,050달러대로 추락한 지금은 계속되는 가격 하락에도 높은 거래량이 유지되고 있다.
“내년 상반기까진 반등 쉽지 않아”
그러나 금값이 단기간에 상승세로 전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최대 걸림돌은 연내 개시가 확실시되는 미국 금리인상과 그에 따른 달러화 강세 기조다. 금 가격은 미국 달러화 가치와 반비례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기 때문이다. 손재현 대우증권 연구원은 “12월 미국 금리인상이 현실화되면 불확실성 해소에 따른 반짝 반등이 있을지 몰라도 금값의 추세적 상승을 기대하긴 당분간 어렵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금시장의 63%(9월말 현재)를 책임지는 인도와 중국의 수요 부진도 금값엔 악재다. 인도는 무역수지 적자 해소를 위해 금 수입 억제정책을 펴고 있고, 중국도 경기둔화로 금 수요가 줄고 있다. 공급 쪽 문제도 있다. 황선구 한국거래소 금시장팀장은 “현재 금값은 생산원가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대형 금광업체들이 운전자금 확보를 위해 당장 생산량을 줄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베네수엘라, 사우디아라비아 등 저유가로 심각한 재정난에 직면한 산유국들이 보유 중인 금을 투매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길게 보면 금값 상승을 견인할 요인이 적지 않다. 특히 미국 금리인상 속도가 완만하다는 점이 확인돼 강달러 흐름이 약화될 경우 내년 하반기 금 시세가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란 관측이 많다. 천원창 신영증권 연구원은 “내년부터는 유가 상승과 더불어 물가가 오르면서 안전자산으로서 금의 매력이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고, 황병진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인상 시기 및 속도를 둘러싼 불확실성 해소는 신흥국 경제에도 숨통을 틔우면서 중국, 인도를 비롯한 금 소비국의 구매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금값 상승 국면이 오더라도 한때 온스당 1,900달러에 도달했던 ‘전성기’ 수준에 도달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대량생산 및 기술발전에 따른 생산원가 하락, 투자자산으로서 금 선호도 감소 등이 주요인이다. 손재현 연구원은 “금시장이 ‘뉴노멀’에 들어서며 2011~2012년과 같은 과열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금값이 순조롭게 오르더라도 2018년 온스당 1,500달러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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