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10일 우병우 민정수석의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 증인 출석과 관련해 “역대 민정수석이 국회에 출석한 사례가 없다”며 “상황이 바뀐 게 없다”고 밝혔다. 오는 21일 열린 예정인 국회 운영위 기관 증인으로 채택돼 있는 우 수석의 출석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처가 건물의 넥슨 매입 건 등 우 수석의 개인 비리 의혹이나 진경준 전 검사장에 대한 부실 인사검증 등 직무 및 신상과 관련한 정치ㆍ사회적 논란에 비춰 증인 출석 거부는 뚜렷한 명분이 없을 뿐만 아니라 또 하나의 국회 무시 사례로서 대립 정치를 격화시킬 우려가 크다.
청와대 민정 수석은 업무 특성상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국회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출석을 하지 않는 게 관행처럼 굳어져 왔고, 국회의 출석 요구가 마찰과 논란을 불러 온 것도 사실이다. 이 정부 초기 김영한 전 민정수석은 이른바 ‘정윤회 문건’유출 사건과 관련해 국회 출석을 요구받자 “전임 민정수석 때의 일로 사정을 잘 알지 못하고, 특별한 경우 외에 국회에 출석하지 않는 게 관행”이라는 점을 들어 아예 사표를 제출한 바 있다. 김 전 수석은 여야 합의사항임을 들어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회 출석을 지시하는 데도 이를 거부해 항명 파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김 전 수석은 사실상 자신이 책임질 위치에 있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 수석의 경우와는 다르다고 본다. 또 김대중정부 당시 신광옥 민정수석, 노무현 정부 당시 문재인, 전해철 민정수석이 각각 국회에 출석해 답변한 사례가 있는 만큼 민정수석의 국회 출석 사례가 없다는 청와대의 말도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물론 개인비리 의혹과 관련해서는 검찰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 있기는 하나, 수사 및 향후의 재판과 관련해 불리할 수 있는 증언이라면 우 수석이 국감장에서 양해를 구하면 될 일이다.
새누리당도 막무가내로 청와대 방어에 나설 일이 아니다. 국회 운영위원장인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여야 간의 협의 절차, 이런 절차적 정당성을 중요시 여겨야 한다”면서 “누구처럼 일방 강행으로 처리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그간 우 수석의 업무 처리나 처신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언급해 왔다. 원만한 여야 합의를 통해 우 수석의 국감 증인 출석을 성사시킬 만하다. 청와대도 야당의 정치공세로만 치부할 게 아니라 제기되는 의혹에 당당하게 대응하는 열린 자세와 국회 존중 모습을 보여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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