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지용 기자

등록 : 2016.04.18 15:21

난민 12명 직접 데려온 교황.. 유럽을 꾸짖다

등록 : 2016.04.18 15:21

그리스 레스보스 섬 방문

난민과 섬 주민 격려 뒤 파격 행보

로마 복귀편 전용기에 태워 동행

시리아 출신 이슬람교도로 알려져

난민 수용 포기한 EU에 시위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그리스 레스보스섬의 모리아 난민캠프를 방문해 난민들의 손을 맞잡고 있다. 이날 난민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보자 눈물을 흘리며 그의 방문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레스보스=AP 뉴시스

그리스 레스보스섬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난민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을 들고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그림에는 바다에 빠진 난민들을 보며 태양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그려졌다. 레스보스=AP 뉴시스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절대로 희망을 잃지 마세요.”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현지시간) 그리스 레스보스섬 난민캠프를 찾아 삶의 끝자락에 몰린 난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교황은 이슬람계 난민들에게 격려와 위로, 포용의 손을 내민 데 이어 어린이를 포함한 난민 12명을 바티칸으로 데려가며 점차 난민 봉쇄정책으로 돌아서는 유럽 세계를 향해 인류애를 시위했다.

AFP 통신 등은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이 레스보스섬을 방문해 난민들을 만났다고 보도했다. 교황은 시리아 등 이슬람계 출신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모리아 난민캠프에서 연설을 통해 “세계가 비극을 직시하고 인도주의적 해결책을 마련하기를 바란다”며 “신앙인으로서 이 같은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여러분의 곁에 왔다”고 방문 이유를 밝혔다.

교황은 이어 난민 한명 한명과 눈을 맞추고 입맞춤하며 포옹했다. 난민들은 “교황이여 우리를 구해주소서”, “우리는 자유를 희망한다” 등의 글귀가 적힌 종이를 들고 교황을 환영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한 남성은 교황이 머리에 손을 얹자 북받치는 감정을 이기지 못한 듯 흐느껴 울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난민들과 점심을 함께한 뒤 레스보스 섬 항구를 방문해 난민들을 돕고 있는 섬 주민들을 격려했다. 생업도 포기한 채 난민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는 레스보스 등 그리스 섬 주민들은 노벨평화상 후보에 선정된 상태다. 교황은 이어 지중해를 건너다 목숨을 잃은 수백명의 난민들을 추모하기 위해 바다에 화환을 던지고 기도했다.

교황은 깜짝 이벤트로 난민촌 방문 일정을 마무리했다.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전용기에 시리아 난민 세 가족을 태운 것인데 이는 다분히 유럽 각국을 향한 시위성 이벤트로 풀이된다. 어린이를 포함해 모두 12명인 이들은 모두 이슬람교도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종교는 선택의 배경이 아니었다. 모든 난민들은 주님의 자녀”라고 말했다. 바티칸은 이들이 바티칸에 거주하며 가톨릭 자선단체 산테지디오의 보호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교황은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난민 어린이들로부터 선물 받은 두 장의 그림을 기자들에게 보여주며 또 한번 인류애를 호소했다. 한 장의 그림은 아이가 바다에 빠져 죽은 장면이 담겼고, 다른 한 장은 바다에 빠진 아이를 보며 태양이 울고 있는 모습이 그려졌다. 교황은 “태양이 울 수 있다면 우리도 (난민을 위해) 눈물을 흘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난민캠프 방문은 지난 2013년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 섬의 리비아 난민캠프 방문 이후로 두 번째다. 다만 최근 유럽연합(EU)이 난민 수용을 사실상 포기하며 레스보스섬 난민 3,000여명이 추방될 처지에 놓였다는 점에서 교황의 이번 방문이 의도하는 바는 보다 직접적이라는 게 외신들의 중론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교황이 난민을 바티칸으로 데려가는 단순한 행동으로 난민을 냉대하는 유럽의 지도자들을 꾸짖었다”고 평가했다. 영국 BBC방송은 “교황은 자신이 갖는 상징적인 힘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그는 또 한번 그 힘을 세계의 변두리를 비추는 데 사용했다”고 전했다.

정지용기자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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