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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청탁ㆍ향응… 부패고리 끊는다” 공직사회 대격변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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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청탁ㆍ향응… 부패고리 끊는다” 공직사회 대격변 불가피

입력
2016.07.2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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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헌 결정 의미와 향후 변화

“자정 필요한 때… 빛과 소금 될 것”

국민ㆍ시민단체들은 긍정적 평가

금융당국ㆍ공기업, 직원교육 신경

모임 줄이고 밥값 더치페이 확산

교육계도 교원강령 제정 등 추진

변협 “헌재, 정치적 판단” 유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사건 선고가 열린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농민들이 한우 선물세트를 들고 합헌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사건 선고가 열린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농민들이 한우 선물세트를 들고 합헌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대다수 국민과 시민ㆍ사회단체들은 헌법재판소가 28일 첨예한 논란을 겪어 온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자 반기는 분위기다. ‘투명사회로 나아가는 첫 걸음’ ‘한국사회의 낡은 관행을 고치는 이정표’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반면 9월28일부터 김영란법이 본격 시행에 들어가면서 공직사회는 물론 법 적용 대상인 언론계와 교육계 등에서는 대격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헌재 결정을 지켜본 시민사회는 “공정성과 투명성을 더욱 증대시키고 공직자가 높은 도덕성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환영했다. 유한범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은 “청탁과 향응은 대한민국호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 제거해야 할 공공의 적”이라며 “합헌 결정을 통해 김영란법이 차질 없이 시행에 들어가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시민들도 대부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회사원 장준성(33)씨는 “전 국민을 충격으로 몰아 넣은 법조비리,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 살균제 사태 모두 부정부패의 결과물”이라며 “자정이 필요한 시기에 김영란법은 빛과 소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정윤지(23)씨도 “부패의 고리를 없애겠다는 취지인데도 경기침체 운운하며 법 시행을 가로막는 기득권 세력을 보면서 한심하다고 느꼈다”며 “헌재 결정은 정의가 아직 살아있다는 증거인 셈”이라고 강조했다.

공직사회는 법 시행에 맞춰 대비책 마련에 고심하면서도 ‘사모임 축소’나 ‘더치페이(각자 부담) 문화 정착’등 곧 닥칠 변화에 차분히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사회부처의 한 국장급 공무원은 “식사대접을 하거나 받아야 하는데 누가 비용을 내야할지 애매한 상황이라면 아예 그 자리에 가지 않을 것 같다”며 “그렇다고 사람들을 아예 안 만날 순 없으니 이 참에 더치페이 문화가 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회를 담당하는 한 복지부 공무원은 “국회(의원실) 관계자들에게 눈치가 보여 억지로 식사를 대접하기도 했는데 법이 시행되면 좀 더 떳떳해질 수 있을 것”이라며 헌재 결정을 반겼다.

공직자는 아니지만 김영란법 규제를 받게 된 언론계는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9월 이후 예정됐던 약속들을 줄줄이 취소하거나 모임을 축소하는 기류가 역력했다. 한 차장급 언론인은 “동문 언론인 및 출입처 관계자들과 분기마다 골프를 치곤 했는데 법 시행 이후 예정된 정기 모임을 축소하거나 아예 없앨 것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15년 경력의 한 경제부처 출입 기자는 “기사 부탁과 무관하다면서 취재원들이 선물을 주는 경우 상대 입장 때문에 안받기 어려웠는데 이번 결정으로 더 이상 부담감 없이 이를 거절할 수 있게 됐다”며 “기자들 사이에서도 취재원들과의 식사나 술자리 자체를 줄이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교육계도 법 시행을 앞두고 긴장 상태다. 이미 일선 학교에서 촌지 금지 등 강력한 대책을 시행 중이지만 보다 세분화한 행동 규칙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가령 학생 면담이나 학부모 대화 시간 같이 작은 모임에서도 교원으로서 지켜야 할 강령을 따로 만들려는 학교가 많아질 전망이다. 인천의 한 공립 중학교 이모(47)교사는 “학년부장이라 학부모들을 자주 만나고 식사도 같이 할 때가 많아 방학이 끝난 뒤 가정통신문을 통해 각자 부담 원칙을 공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금융당국과 금융공기업들은 업무상 민간 금융사나 대기업과 만나는 일이 잦은 만큼 김영란법 시행 후 법에 저촉되는 일이 없도록 직원 교육과 내부통제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기업인과 점심에 만날 때 가급적 금감원 구내식당을 이용하라고 직원들에게 안내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 역시 최근 임종룡 금융위원장 지시로 김영란법 대책 수립에 나섰다. 김영란법을 총괄하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전체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 이를 토대로 내부 윤리규정을 새로 만들 계획이다.

법조계 반응은 다소 엇갈렸다. 김영란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냈던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헌재는 국회의 포퓰리즘 입법을 견제해 국민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책무를 망각하고 법리적 판단보다 정치적 판단에 치중했다”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반면 환영 목소리도 나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김영란법이 언론인과 사립교원의 법적 권리에 어떤 제재도 가하지 않는다는 점이 명백히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현곤 새올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도 “처음에 시행착오나 혼선이 생기더라도 ‘부정한 커넥션을 근절하겠다’는 법 취지가 정착되면 국민 인식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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