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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빙 물꼬… 北 "대통로 열어가자" 분위기 급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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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빙 물꼬… 北 "대통로 열어가자" 분위기 급반전

입력
2014.10.0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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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비선 통해 의지 전달했다면 정상회담 이어질 가능성 있지만

靑 공식 입장 유보한 채 신중… 전제조건 첩첩이 쌓여 부정적 분위기

황병서(오른쪽에서 네 번째) 인민군 총정치국장 등 북한 대표단과 김관진(왼쪽에서 세 번째)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우리측 대표단이 4일 인천의 한 음식점에서 오찬 회담을 시작하기 앞서 악수하고 있다. 인천=사진공동취재단
황병서(오른쪽에서 네 번째) 인민군 총정치국장 등 북한 대표단과 김관진(왼쪽에서 세 번째)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우리측 대표단이 4일 인천의 한 음식점에서 오찬 회담을 시작하기 앞서 악수하고 있다. 인천=사진공동취재단

황병서(오른쪽)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4일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서 북한 선수들이 입장하는 동안 자리에 앉아 있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손을 잡아 일으키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황병서(오른쪽)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4일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서 북한 선수들이 입장하는 동안 자리에 앉아 있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손을 잡아 일으키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북한이 4일 최고위급 대표단을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파견한 데 이어 2차 고위급접촉 재개에 호응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이 분수령을 맞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 최고위급 대표단이 우리 측 카운터파트를 만나는 자리에서 정상회담을 타진했다거나 물밑에서 비선라인이 가동되고 있다는 때이른 관측도 나온다. 2차 고위급접촉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다음 수순은 자연스럽게 남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다. 남북관계의 급물살과 함께 박근혜정부의 ‘통일대박론’에 근거한 기대감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지만 청와대는 여전히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라는 신중한 반응이다.

북한, 정상회담 손짓?

박근혜정부 들어 얼마 전까지 남북 정상회담은 그야말로 먼 얘기였다. 하지만 북한 대표단이 4일 기대 이상으로 적극적인 대화 제스처를 취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되고 있다. 더구나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해 말 이후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평화를 위해 필요하다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등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는 원칙적 입장을 견지해 왔다는 점에서 “대화가 급진전되면 이대로 남북 정상회담까지 가는 게 아니냐”는 기대가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당장 정치권에선 북측 대표단이 언급한 ‘대통로’가 남북 간의 정치ㆍ군사 현안을 담판 짓기 위한 정상회담을 암시하는 것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황병서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은 4일 정홍원 국무총리,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을 만난 자리에서 “소통을 좀 더 잘 하자”면서 “이번에 좁은 오솔길을 냈는데 앞으로 대통로로 열어가자”고 인사했다. 이를 두고 박 대통령이 8ㆍ15 경축사에서 경제ㆍ사회 교류를 위한 ‘작은 통로’부터 열자고 제안한 것에 대한 화답이라 해석도 제기됐다.

김정은이 북측 대표단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따뜻한 인사를 전한다”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보낸 것도 의미심장하다. 두 정상 사이에 신뢰를 쌓아 가자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김정은이 이번에 박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비선 라인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보다 적극적 관계 개선 의지를 전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정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보다 성정이 즉흥적이라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갑자기 정상회담을 하자고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아직 시기상조”로 신중

청와대는 그러나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대화하자고 급하게 손을 내민 북한의 의도가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만큼 신중한 기조를 유지한 것이다. 도리어 북한의 비핵화와 인권문제 개선 등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충족돼야 할 전제 조건들이 첩첩이 쌓여 있는 마당에 ‘아직은’ 아니라는 부정적인 분위기가 강하다.

청와대 관계자도 “지나치게 앞서 가는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을 하려면 북한이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는 언급을 수 차례 했다”며 “진정성은 남북 간 신뢰와 정상회담을 통해 발전적 결과물을 만들겠다는 적극성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남북관계의 실질적 진전을 비롯한 성과가 담보되지 않은 회담을 위한 회담은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이 강하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북한이 정상회담까지 염두에 두고 2차 고위급접촉에 응한 것이라 단정할 수도 없다. 2차 고위급접촉이 순항할지도 불투명하다. 결국 남북 고위급 접촉을 비롯한 대화가 본격적으로 진전돼 양측의 입장을 확인하고 어느 정도 접점을 찾은 뒤에야 정상회담이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남북 간에 신뢰를 쌓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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