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자 인근 노르차 등에 규모 6.2
진앙서 170㎞ 떨어진 로마도 흔들
최소 73명 사망… 더 늘어날 듯
붕괴된 건물에 다수 매몰 추정
산사태에 도로 차단… 구조 어려워
전력 공급도 끊겨 작업 지지부진
이탈리아 중부에서 강진이 발생해 최소 73명이 숨지고 건물과 교량 등이 붕괴됐다. 지진이 모두가 잠든 새벽에 발생해 다수의 시민들이 무너진 집 아래 깔려 있는 것으로 추정돼 사망자 수는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AP통신ㆍ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오전 3시36분 지진이 이탈리아 중부 움브리아주ㆍ라치오주ㆍ마르케주를 강타했다. 유럽지중해지진학연구소는 지진 규모를 6.1로, 미국지질조사국은 6.2로 측정했다. 진앙은 수도 로마 북동쪽 170㎞에 위치한 움브리아주 페루자현 노르차로, 진원의 깊이는 비교적 얕은 10㎞였다.
이후 인근 지역에서 50여차례의 여진이 이어졌다. 24일 오후 4시(한국시간 오후 11시)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73명에 이른다. 파브리지오 쿠르치오 이탈리아 시민보호청장은 “확인할 수 없는 다수의 시민들이 폐허 아래 갇혀 있다”고 밝히며 생존자 구조가 최우선시된다고 말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은 라치오주 리에티현의 소도시 아마트리체와 아쿠몰리다. 세르지오 피로지 아마트리체시장은 국영 RAI방송에서 “마을이 사라졌다”라며 “산사태가 일어났고 다리도 끊어졌다. 마을로 통하는 도로가 차단됐고 주민들이 건물 더미에 깔려 있다.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스테파노 페트루치 아쿠몰리시장도 RAI에 “폐허 아래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린다”며 구조작업이 늦어질수록 피해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오후 현장을 찾아 생존자 구조를 전폭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같은 지역의 포스타와 동부 마르케주 아스콜리피체노현에 있는 페스카라 델 트론토도 큰 지진 피해를 입었다. 특히 아르쿠에타 델 트론토에 딸린 작은 마을인 페스카라 한 곳에서만 10명이 사망한 것으로 이탈리아 ANSA통신이 전했다.
이들 소도시는 산간지대에 있고 지진 여파로 전력도 차단된 상태라 구조대가 생존자 구조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RAI의 보도에 따르면 아마트리체에서는 구조대원이 폐허 아래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에게 휴대전화를 걸고, 이에 답하는 이들만 주변의 폐허를 손수 들어내 간신히 구조하는 상황이다. 토마소 델라 롱가 적십자 대변인은 미국 CNN에 “계곡에 고립된 집들이 많아 최종적으로 모든 피해자와 접촉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상대적으로 대도시에는 피해가 적었지만 지진의 강도가 커 진앙에서 170㎞ 떨어진 수도 로마에서조차 지진의 여파를 느낀 주민들이 새벽에 깨어날 정도였다. 로이터통신은 로마와 진앙인 노르차 사이에 있는 리에티현 곳곳의 주민들도 지진에 놀라 집을 뛰쳐나왔다고 전했다.
이탈리아는 지중해 인근 국가들 가운데 가장 지질활동이 활발한 곳이어서 여러 차례 강진 피해를 입은 바 있다. 2009년에는 이번 지진이 발생한 곳에서 남쪽으로 약 90㎞ 떨어진 라퀼라에서 규모 6.3의 지진이 발생해 309명이 숨졌다. 2012년에는 북부 에밀리아로마냐에서 10일차로 발생한 두 차례의 지진에 23명이 희생되고 1만4,000여명이 집을 잃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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