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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 삼키려는 호반건설, 뒤탈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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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 삼키려는 호반건설, 뒤탈 없을까

입력
2018.01.25 04:4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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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위 호반건설, 본입찰 단독 응찰

인수땐 시공능력 단숨에 3위로

‘몸집 10배’ 운영 능력 반신반의

“현금 확보 능력 충분” 주장에

“경쟁력 더 키울지 의문” 반론도

산업은행이 26일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건설업계에선 본입찰에 홀로 응찰한 호반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지 주목하고 있다. 종합건설업자 시공능력평가 순위 13위인 호반건설이 3위 대우건설의 ‘새 주인’이 될 경우 건설업계엔 지각 변동이 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호반건설이 자신보다 몸집이 10배 가량 큰 대우건설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적잖다. 대우건설을 인수했다 결국 토해 낸 금호건설의 전철을 밟지 않고 ‘승자의 저주’를 극복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24일 “호반건설의 우선협상대상자의 선정 여부는 이르면 26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대우그룹 해체 후 2006년 자산관리공사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금호산업에 6조6,000억원에 매각했다. 그러나 금호산업이 불과 4년만인 2010년 산업은행에 다시 지분을 넘기면서 현재 산은 체제 아래 있다. 산업은행이 사모펀드인 KDB 밸류 제6호 유한회사를 통해 대우건설 지분 50.75%를 보유하고 있는 형태다.

호반건설은 인수가로 1조6,000억원 안팎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산업은행이 지금까지 대우건설에 총 3조2,000억원을 투입한 점을 고려하면 ‘헐값 매각’이란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한때 3만원도 넘었던 주가가 6,000원 밑으로 추락(시가총액 2조4,500억원)한 상황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산은 입장이다.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의 ‘새 주인’이 되면 우선 시공능력평가 순위에서 단숨에 ‘톱3’로 뛰어 오른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시공능력 평가액이 2조4,521억원으로, 13위를 기록했다. 3위 대우건설의 시공능력 평가액 8조3,012억원까지 합쳐질 경우 삼성물산(16조5,885억원)과 현대건설(13조7,106억원)에 이어 토목건축공사 시공능력 평가액 ‘10조 클럽’에 들게 된다.

호반건설의 사업 다각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호남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호반건설은 ‘호반베르디움’ 브랜드를 보유한 아파트 전문 건설사로, 주택사업 매출 비중이 90%다. 반면 대우건설은 ‘푸르지오’를 앞세운 주택사업 외에도 플랜트와 토목, 원자력발전소 시공 능력 등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호반건설은 재건축ㆍ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주택 시장에서 대우건설의 후광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서울 지역 정비사업 시장은 대형 건설사의 브랜드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중견 건설사는 진입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

시장에선 호반건설의 자금능력과 경영능력에 물음표를 달고 있지만 대우건설의 몸집은 많이 가벼워진 게 사실이다. 더구나 호반건설은 산업은행이 매각하기로 한 지분 50% 가운데 40%를 우선 인수하고 나머지 10.75%는 3년 뒤 인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재무적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묘안이다. 당장 필요한 대금은 1조3,000억원 안팎이다. 호반건설은 이 정도의 현금을 확보할 능력은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호반건설의 10개 계열사를 모두 합친 연간 매출은 6조원, 영업이익은 1조3,000억원이다.

관건은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을 제대로 운영할 능력이 되는 지에 대한 의문이다. 업계에선 두 회사의 체급 차이가 워낙 큰 데다가 안정적인 아파트 분양사업 위주로만 성장해온 호반건설이 과연 대우건설의 경쟁력을 더 키울 능력이 있는 지 반신반의하고 있다. 지난해 대우건설의 매출액은 11조8,000억원인 반면 호반건설은 1조2,000억원에 불과했다. 10배 가량 차이가 나는 셈이다. 물론 2004년 크라운제과의 해태제과 인수ㆍ합병(M&A)이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데 성공한 경우도 있긴 하다.

직원들간 화학적 결합도 문제다. 대우건설 임직원은 ‘대우맨’이란 자부심이 매우 높다. 금호건설이 무리하게 자금을 끌어다 회사를 인수한 뒤 경영난을 겪자 서울역 앞 사옥 등 알짜 자산을 매각하는 과정을 지켜본 직원들은 또 다시 중견 건설사인 호반건설이 도전장을 낸 것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최희룡 대우건설 노조위원장은 “연간 매출액이 10배 가량 차이 나는 호반건설은 대우건설 인수자로 적합하지 않고 조직문화도 너무 달라 융합이 어려울 것”이라며 “불투명하게 매각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산은도 신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강아름기자 saram@hankookilbo.com

호반건설의 인수가 유력해진 대우건설 본사 전경. 뉴시스
호반건설의 인수가 유력해진 대우건설 본사 전경.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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