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체제는 업무 위임을 받은 지 3일째인 11일에도 분주하게 돌아갔다. 첫날 외교ㆍ안보 기조에 변화가 없음을 대내외에 알렸고, 이날은 각 부처에 내린 지시의 이행 상황을 보고받았다. 40일 넘게 마비상태에 빠진 국정을 하루라도 빨리 회복하고 안정시키는 게 황 권한대행체제의 최우선 과제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 성격상 국정 운영에 강력한 동력과 추진력을 갖기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다. 그런 맥락에서 황 권한대행체제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 가결 당시 고건 대행체제와 마찬가지로 안정적 국정 관리에 주력하면서 국회와의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통해 동력을 얻어가야 한다.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기보다는 부처 중심의 상황관리 체제로 바뀌는 것 또한 불필요한 갈등을 피하고 안정을 기한다는 면에서 필요하다.
다행이 정국 주도권을 쥔 야당도 대통령과의 동반사퇴나 내각총사퇴까지 주장하며 황교안 권한대행에게 거부감을 표시했던 것과는 달리 탄핵 가결 이후 ‘지켜보겠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권력 공백의 회복과 국정 혼란의 조기 수습이 우선시 돼야 할 지금 바람직한 태도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황 권한대행에게 국회와 정부 협의체 구성을 선제적으로 제안했다. 새누리당도 여기에 적극 호응하는 입장이다. 여야 정치권과 정부 간 협의체 구성을 위한 구체적인 협의가 이른 시일 내에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외교ㆍ안보는 물론 경제ㆍ노동 분야 등의 주요 정책 추진 과정에서 당파와 이념에 따라 갈등이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청와대가 앞장서 주요 정책 과제들을 밀어붙여 왔다. 이제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는 국회와의 긴밀한 협의를 바탕으로 문제를 풀어나갈 수밖에 없다. 정책의 일관성과 연속성 유지가 안정적 국정 운영에 요소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사회적 논란이 큰 사안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여야간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당분간 ‘회색 지대’에 두고 새롭게 국민의 선택을 받을 차기 정부에 넘기는 게 바람직하다. 국가적 위기에 소모적 논쟁과 혼란 최소화를 위해 불가피한 일이다.
물론 안보와 경제, 고위직 임명 등의 측면에서 시급하게 결정해야 할 중대사안이 발생할 가능성은 있다.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해가고 있는 국회ㆍ정부 간 협의체가 효율적 정책조정 기구로서 기능과 역할을 해야 하는 이유다. 여ㆍ야ㆍ정이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과도기의 국정공백과 혼란을 최소화 함으로서 국민들의 불안을 덜어줘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정국의 한 축인 새누리당의 혼란은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최순실 국정농단과 탄핵 사태에 책임이 큰 친박계 지도부가 퇴진을 거부하면서 새로운 리더십 구축을 가로 막고 있는 게 문제다. 이정현 대표는 “당의 조직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최소한의 장치만 마련하고 물러나겠다”며 즉각적인 사퇴를 유보했다. 하지만 친박계 지도부가 하루라도 빨리 물러나고 신망 있는 인사가 중심이 된 비상대책위 체제가 출범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집권여당의 분란 장기화가 정국 수습의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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