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총선 多與一野 상황과 정반대
서울 성북을, 서대문갑, 영등포을 등
여론조사서 야권 표 다 모아야 승리
與 vs 與 영남은 인물 대결로 승부
野 vs 野 호남 표심은 세대별 분리
20대 총선 후보자등록이 24일 시작된 가운데 승패의 바로미터인 수도권에선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가 현실화하면서 새누리당 탈당파 출마자와 야권 후보 단일화 등이 현 구도를 재편하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에선 새누리당 공천갈등에 따른 탈당파 의원들의 무소속 출마와 더불어민주당의 아성에 맞선 국민의당 출현으로 각각 여ㆍ여, 야ㆍ야 대결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이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탈당한 일부 비박근혜계 의원 지역구 5곳의 공천 의결 보류를 발표한 것도 돌발 변수로 떠올랐다.
수도권은 일여다야 구도로 야권 초반 열세
수도권은 전체 지역구 253석 중 절반에 가까운 122석이 배정돼 있는 만큼 총선 승패를 가르는 최대 격전지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수도권 112곳(서울 48곳, 경기 52곳, 인천 12곳) 중 5% 미만의 득표율 차이로 당락이 갈린 곳은 31곳(서울 15곳, 경기 15곳, 인천 1곳)이었다. 당시 새누리당과 자유선진당, 국민생각 등 여권은 분열된 반면, 야권은 민주통합당(현 더민주)과 통합진보당 간 야권 연대가 성사된 상황에서 선거를 치렀다. 그 결과 새누리당은 43석, 민주통합당은 65석, 통합진보당은 4석을 얻었다.
하지만 20대 선거는 정반대의 구도가 됐다. 여권은 새누리당으로 통합된 반면, 야권은 더민주와 국민의당, 정의당 등으로 나뉘어 선거레이스에 돌입했다. 정당 간 연대가 아닌 후보자 별로 단일화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얼마만큼의 위력을 발휘할지는 불투명하다. 다만 야권 분열에 따른 공멸의 우려가 적지 않은 만큼 공식 선거운동 과정에서 후보간 단일화 논의는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야권 약세의 조짐이 두드러졌다. 이날 발표된 조선일보ㆍ미디어리서치 공동 여론조사 결과 서울 성북을에선 김효재 새누리당 후보가 32.0%, 기동민 더민주 후보는 23.5%를 기록했다. 김인원 국민의당 후보는 8.0%, 박창완 정의당 후보는 3.9%였다. 그러나 야권 후보 득표율을 더하면 35.4%로 새누리당 후보 득표율을 앞선다. KBSㆍ연합뉴스ㆍ코리아리서치 여론조사에서도 서울 서대문갑의 이성헌 새누리당 후보가 39.2%로 우상호 더민주 후보(33.7%)를 앞섰다. 역시 우 후보와 이종화 국민의당 후보의 5.6%를 더하면 야권 후보 득표율이 새누리당 후보 득표율을 넘어선다. 같은 조사의 서울 영등포을도 마찬가지다. 권영세 새누리당 후보는 38.4%, 신경민 더민주 후보는 28.2%였고, 김종구 국민의당 후보는 12.9%였다. 19대 총선에서 양자 대결로 치러진 서대문갑과 영등포을에선 모두 민주통합당(현 더민주)이 승리했다.
원성훈 코리아리서치 본부장은 “수도권의 경우 현재 야권 분열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드러나고 있지만, 선거운동이 진행되면서 야권 후보 중 당선가능성이 높은 쪽으로 표가 쏠릴 수 있다”고 말했다. 야당의 경우 후보 단일화가 어느 정도 규모로 얼마나 원활하게 진행될지 여부에 따라 여론의 추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영남은 탈당파 ‘무소속 연대’변수로
영남에선 당초 새누리당 ‘진박’ 후보들과 유승민 의원 등 탈당파 무소속 후보 간 여ㆍ여 맞대결이 예상됐다. 그러나 김무성 대표의 공천 의결 보류 결정으로, 일부 진박 후보들의 출마가 난관에 부딪히는 돌발 변수를 만났다. 예상대로 여ㆍ여 맞대결이 성사될 경우 유권자 입장에선 탈당파 무소속 후보들을 선택하더라도 결국 새누리당으로 돌아올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때문에 당의 간판보다는 진박 후보와 탈당파 무소속 후보 간 인물 경쟁력이 당락을 가르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
전날 밤 탈당을 선언한 유 의원이 새누리당을 탈당한 후보들과 연대를 도모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대구ㆍ경북(TK)은 물론 수도권 판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탈당을 선언한 조해진 권은희 류성걸 의원은 영남에 지역구를 갖고 있고, 이재오 의원과 임태희 전 의원은 수도권이 지역구다. 이와 관련, 윤태곤 더모아 정책분석실장은 “영남에선 당 간판과 관계없이 인물 경쟁력으로 승부가 날 것”이라면서도 “다만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공천 보류 결정으로, 수도권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한 새누리당 공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호남은 더민주ㆍ국민의당 간 세대분리
28석이 걸린 호남에선 더민주와 국민의당 간 양보 없는 대결을 펼치고 있다.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현 더민주) 간판을 달고 당선된 호남 현역들이 다수 국민의당 행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현재 호남 현역을 13명을 보유하고 있어 당 일각에선 호남의 제1당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적지 않다. 다만 야권 연대와 공천에서 드러난 지도부 간 갈등으로 창당 초 지지율을 유지 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걸림돌이다.
더민주는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 체제 이후 호남 지지율 회복세에 고무돼 있다. ‘새정치’를 표방한 국민의당이 더민주 탈당파를 받아들인 반면, 더민주는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 등을 영입해 광주 서을에 배치하는 등 인재 영입에선 국민의당을 앞섰다는 평가가 많다. 야권의 심장인 광주에선 현역들을 전원 교체한 것도 ‘현역 피로감’이 높은 호남 표심에 긍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주목된다. 박지원(전남 목포) 천정배(광주 서을) 의원 등 인물 무게감에선 국민의당이 앞선다는 평가지만, 더민주의 신진 인사들이 선전할 경우 폭발력이 더욱 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광주를 중심으로 젊은 층은 더민주, 고령층은 국민의당 등 지지 정당에 대한 세대 분리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현재까지는 어느 한 쪽으로 기울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회경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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