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언론들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논란과 관련해 의도적으로 한국 사회 내부의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우리 정치권을 극단적인 찬반 기류로 이분화함으로써 합리적인 토론과 논쟁을 가로막는가 하면 한류(韓流)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여가며 일반 국민들의 불안감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6일자 1면 머릿기사로 8~10일로 예정된 더불어민주당 의원 6명의 방중 소식을 대서특필했다. 환구시보는 ‘사드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방중에 앞서 공격받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야당 의원들이 중국 측의 의견을 이해하기 위해 방문하는 것인데 한국에서 무고하게 매국행위로 비난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환구시보의 보도 태도는 야당 의원 6명의 방중을 계기로 한국 내 사드 반대론을 적극 부각시키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에 맞서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사드 배치를 반대하고 있다며 대립구도를 지나치게 단순화했고, 6명의 의원을 사드 반대 강경론자로 전제한 뒤 이번 방중이 마치 사드 반대 행보의 일환으로 기획된 것처럼 보도한 것이다.
이는 또한 야당 의원들의 방중 기간 행적에 대해 의도나 사실관계와 무관하게 자국의 이해관계에 맞춰 보도할 것이란 우려를 낳는다. 실제 중국중앙(CC)TV는 지난 1일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의 인터뷰에서 왜곡ㆍ편파보도를 한 바 있다. 이번 방중단의 일원이자 중국통으로 꼽히는 김 의원은 “중국 언론이 반한 감정을 조장하는 기사를 쓰는 건 양국 국익에 도움이 안된다”고 강조했지만, CCTV는 “사드 배치 결정 과정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대목만 부각시켰다.
앞서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사설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것 역시 마찬가지 정치적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사드 배치를 박 대통령의 ‘독단적’ 결정이라고 단정지음으로써 ‘청와대ㆍ여당 대 야당ㆍ시민사회’의 대립구도로 상황을 몰아가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중국 관영매체들이 ‘한류 때리기’에 앞장선 것 역시 정치적 노림수가 분명하다. 일반 국민들의 체감도가 높은 문화ㆍ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불안감과 우려를 조장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사드 반대 분위기로 몰아가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다. 베이징(北京)의 한 소식통은 “중국 사회의 특성상 관영매체들의 보도 내용은 수위와 표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공산당 지도부의 의중과 정책기조를 절대 벗어나지 않는다”면서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자국의 입장을 강조하던 중국 매체들이 한국 사회 내부의 찬반 기류에 주목하는 것은 남남갈등을 부추기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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