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25일 새 댓글 정책을 발표했다. 작성 가능한 댓글 수와 공감ㆍ비공감 클릭 수를 제한하는 게 골자다. 결론부터 말하면 네이버의 대책은 미봉에 불과하다. 네이버는 댓글 여론 조작이 가능한 상황을 방치한 책임이 크다. 그럼에도 열흘 동안 침묵하다가 알맹이 없는 대책으로 국민 눈속임을 하려 하다니 무성의하고 무책임하다.
네이버는 사용자 아이디 1개당 같은 기사에 작성할 수 있는 댓글 수를 20개에서 3개로, 무제한 가능하던 댓글 공감ㆍ비공감 클릭 수를 아이디 1개당 1일 50개로 제한했다. 댓글 연속 작성 시 시간 간격은 10초에서 60초로 늘어났다. 이는 소수 네티즌들의 댓글 의견이 전체 여론처럼 비치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대책만으로 댓글 여론 조작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드루킹 사건에서 확인된 댓글 여론 조작의 핵심은 매크로(반복 자동 입력 프로그램)를 활용하거나 수백 개의 네이버 아이디를 생성ㆍ구매해 댓글을 달거나 댓글 공감 수를 높인 것이다. 그럼에도 네이버 대책에는 이런 행위를 근절할 정책적, 기술적 방안을 찾아볼 수 없다.
네이버는 ‘아이디 1개당’이라는 조건을 붙였지만 어불성설이다. 보도에 따르면 네이버에서는 실명인증 없이도 휴대폰 1개당 아이디를 월 3개씩 만들 수 있다. 여러 대의 휴대폰을 소유한 사용자는 수십, 수백 개의 아이디를 만들어 댓글 공감 수를 무한정 늘리는 게 가능하다. 드루킹도 이 점을 십분 활용해 170여대의 휴대폰으로 댓글 공감 수를 조작했다. 더구나 PC와 휴대폰 간 태더링, 휴대폰 비행기모드 등을 사용하면 인터넷주소(IP)가 바뀌게 돼 네이버를 속일 수 있다. 그럼에도 네이버는 방만한 계정 운영ㆍ관리 개선책이나 매크로 활용 행위 감지 및 방지, 차단을 위한 기술적 대응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일단 급한 불만 끄고 보자는 임기응변인 셈이다.
이는 네이버가 이른바 ‘댓글 장사’ 포기 의사가 없음을 확인시킨다.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댓글 여론 조작을 막기 위한 효과적 방안으로 뉴스 읽기와 댓글 달기를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하도록 하는 ‘아웃링크’ 방식의 채택을 네이버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네이버는 이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뉴스 소비와 댓글 이용을 네이버 안에서만 하게 하는 이른바 ‘뉴스 가두리’ 서비스 방식을 고수하는 한 댓글 여론 조작은 계속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다. 덩달아 우리 사회의 건전한 공론장 형성도 요원해지게 된다는 사실을 네이버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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