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개’가 맞는지, ‘찌게’가 맞는지 헷갈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결재’와 ‘결제’도 마찬가지다. 부장님께 보고서를 승인받을 때는 ‘결재(決裁)’를 써야 하고, 대금을 지급할 때는 ‘요금을 카드로 결제했다’처럼 ‘결제(決濟)’를 써야 하는데 혼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우리말에서 모음 ‘에’와 ‘애’ 소리가 구분되지 않기 때문이다. 말로 할 때는 구분되지 않는 소리를 구분해서 적어야 하니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럴 때는 이 말들이 어떻게 해서 생겨난 말인지를 알고 있는 게 도움이 된다.
발음상 구분되지 않아 혼동하는 예로 종결 어미 ‘-데’와 ‘-대’를 들 수 있다. 소리로는 구분되지 않지만 의미상으로는 다른 뜻을 나타내므로, 둘 사이의 차이를 분명히 알고 잘 구별해 써야 한다.
예를 들어 ‘그 식당이 음식 맛이 좋데’와 ‘그 식당이 음식 맛이 좋대’라는 문장을 비교해 보자. 뜻 차이를 확연히 구분할 수 있겠는지. 두 문장의 가장 큰 차이점은 말하는 사람이 직접 그 식당에 가 봤는지 여부이다. ‘-데’가 쓰인 첫 번째 문장은 말하는 이가 경험해서 알게 된 사실을 말하고 있다. 자신의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판단한 결과를 현재 시점에 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 식당이 음식 맛이 좋더라.’처럼 ‘-더라’로 바꿔 쓸 수 있다. 이 ‘-데’나 ‘-더라’로 끝나는 문장에는 가벼운 감탄이나 놀람의 뜻도 담겨 있다. ‘-대’로 끝난 두 번째 문장은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한테 들은 말을 전달하고 있을 뿐이다. 즉 ‘(내가 아는 사람이 그러는데) 그 식당이 음식 맛이 좋다고 해.’라는 뜻이다. ‘좋다고 해.’가 줄어서 ‘좋대’가 되었다. ‘-데’에는 ‘더’가 들어있고 ‘-대’에는 ‘해’가 들어있다고 생각하면 쉽게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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