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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부족 아프리카에… 공대생들 희망을 퍼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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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부족 아프리카에… 공대생들 희망을 퍼올리다

입력
2014.10.1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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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 등에 있는 펌프식 우물, 400kg 파이프 제때 교체 안하면 녹 슬고 이물질 들어가 식수 오염

"지렛대 원리로 작업시간·인력 단축, 에볼라 사태 해결돼 빨리 보급되길"

양태명(왼쪽 두번째)씨가 지난해 1월 아프리카 탄자니아 음카타 지역의 한 마을에서 현지 NGO단체 ‘SFI(Serving Friends International)’ 활동가들과 함께 우물 파이프 교체작업을 하고 있다. SFI 제공
양태명(왼쪽 두번째)씨가 지난해 1월 아프리카 탄자니아 음카타 지역의 한 마을에서 현지 NGO단체 ‘SFI(Serving Friends International)’ 활동가들과 함께 우물 파이프 교체작업을 하고 있다. SFI 제공

“물 부족 국가에 우물만 있으면 뭐 합니까. 땅 속 파이프를 갈아주지 못하면 물이 오염돼 마실 수가 없어요. 그래서 지렛대를 떠올렸죠.”

13일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3학년 양태명(21)씨는 간편하게 우물 파이프를 교체할 수 있는 ‘하이 파이프(High Pipe)’ 개발 동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해 1월 양씨는 서울대 해외봉사 동아리 회원 10여명과 아프리카 탄자니아를 방문했다. 현지 민간단체와 함께 탕가(Tanga), 음카타(Umkata) 등 5개 지역을 돌며 식수 수급상황을 비롯해 여러 불편사항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한 달간 머물면서 양씨는 우물 파이프를 제때 교체하지 못해 물 부족에 힘들어 하는 주민들을 많이 만났다.

아프리카 등 세계적으로 100만개 이상 설치돼 가장 보편적인 펌프식 우물로 알려진 ‘인디아 마크(India Mark)’는 파이프가 지하수층이 있는 땅 속 평균 100여m까지 들어가 물을 끌어 올리는 구조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금속 파이프에 녹이 슬고 배관 속으로 이물질이 들어가 1년 6개월마다 바꿔줘야 한다는 것. 성인 남성 10명이 달라붙어 400㎏에 육박하는 파이프를 일일이 손으로 잡아당겨야 하는 대공사로 족히 6시간은 걸린다. 젊은 남성이 귀한 마을에서는 꿈도 꾸지 못하는 작업이다.

주민들이 안타까웠던 양씨는 귀국 후 같은 과 선후배 5명과 하이 파이프 개발에 들어갔다. 하이 파이프는 지렛대로 땅 속의 파이프를 들어올리는 알루미늄 구조물이다. 지렛대 끝이 파이프와 닿는 부분에는 고무패드를 달아 미끄러지지 않게 했다. 파이프로 만든 육면체의 윗변 4곳을 받침대로 지렛대를 달아 큰 힘을 내게 만든 게 핵심이다. 4명만 있으면 5시간 만에 파이프를 꺼낼 수 있다.

현지인들이 쉽게 만들 수 있도록 제작에 필요한 재료도 단순하다. 함께 개발에 참여한 팀원 윤헌준(28)씨는 “우물 파이프와 지렛대 사이에 들어가는 고무패드는 폐타이어로, 알루미늄 프레임과 지렛대도 단단한 나무나 폐파이프로 대체하면 제작 비용은 거의 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올해 5월 한국기계연구원이 개최한 ‘소외된 90%를 위한 창의설계 경진대회’에 ‘웰 케어(Well Care)’팀으로 출전해 30개 대학 49개 팀 중 2위인 금상을 받았다. 개발도상국을 위한 기술 개발을 목표로 하는 대회에서 공대생들의 ‘따뜻한 기술’이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수상 이후 웰 케어팀은 탄자니아를 방문, 하이 파이프를 전달하려고 했지만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아프리카에 6월부터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해 방문이 어렵게 된 것이다. 윤헌준씨는 “탄자니아는 발병지인 서아프리카와 떨어져 있지만 팀원들의 안전을 고려해야 해서 선뜻 나서기가 어렵다”며 “현지 상황이 개선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기술을 현지에 널리 전파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의 관심도 요구된다. 웰 케어팀 지도를 맡은 윤병동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기술원조 차원에서 외교통상부 등이 하이 파이프 전수에 나서 준다면 탄자니아뿐 아니라 물 부족 국가 주민들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장재진기자 blan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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