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추석 때 수세 몰린 박근혜 두달반 만에 반등
불확실성 커진 올해 ‘문재인 대세론’ 이어질지 관심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에 따라 다소 유동적이긴 하지만 올해 대선은 대체적으로 4월말이나 5월초가 유력해지고 있다. ‘12월 대선’에 익숙했던 유권자들에게 벚꽃 대선은 상당히 낯선 모습이다. 추석 차례상에 둘러 앉아 하던 대선 얘기도 이제는 설 차례상에 올려야 할 주제가 됐다. 정치권에서 설이나 추석 명절을 대선 정국의 중요한 분기점으로 보는 이유는 각지에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여 각자 들은 얘기들을 저마다 쏟아 내면서 사실상의 민심 수렴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과 이념 구도가 고착화된 우리의 정치지형을 감안할 때 이때 형성된 여론이 중심이 돼 대선 결과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여야 대선주자들의 촉각은 어느 때보다 곤두서 있다.
그렇다면 지난 2012년 대선 직전 추석 민심과 실제 대선결과는 어땠을까. 추석연휴 직후인 같은 해 10월 2일 본보가 한국리서치와 실시한 대선주자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당시 분위기를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다. 양자대결에서 안철수 무소속 후보(49.7%)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41.1%)를 8.6%포인트 차이로 앞섰고,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47.0%)도 박 후보(43.7%)에 앞서는 등 야권 후보들의 강세가 눈에 띄었다.
역사인식 논란과 측근 비리 등으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9월부터 고전을 면치 못하던 박 후보가 추석 때까지도 별다른 반등의 포인트를 찾지 못하고 동력을 잃고 있던 반면, 이에 실망한 중도층과 야권 지지층의 결집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야권 대선주자들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두 달 반 만에 치러진 실제 대선에서는 박 후보(51.6%)가 문 후보(48.0%)를 3.6%포인트 차이로 제치고 대권을 차지했다. 상승세를 타던 야권 후보들이 단일화 과정에서 개운한 맛을 보여주지 못했고, 막판 50대 이상 보수층의 결집이 쏠리면서 추석 민심을 뒤집는 결과가 나온 셈이다.
2012년 대선보다 불확실성이 더 커진 올해도 설 민심이 대선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탄핵정국에 정권심판 분위기까지 겹치면서 주도권을 잡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대세론을 굳혀가고 있다. 범여권 유력주자로 거론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 후 별다른 반등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와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전 대표 등 야권 핵심인사들을 중심으로 반문 전선을 기치로 한 합종연횡이 본격화되면서 그 파이에 따라 얼마든지 대선판이 요동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ㆍ안철수 간 후보단일화가 막판 최대 변수였다면 그 보다 판이 커진 야권의 합종연횡이 막판 최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일각에서는 범여권 후보들이 분위기 반전 기회를 잡지 못하고 계속 맥을 추지 못할 경우 문 전 대표가 내부적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재인 대세론 기저에 깔려 있는 정권심판 분위기 외에 추가적인 비전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이재명 성남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등 2위 후보들을 향한 지지층 쏠림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현재의 정치지형상 이 같은 시나리오가 실제 현실화되기에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남은 대선 기간과 현재 역학 구도상 반문 전선 형성이 쉽지는 않아 문재인 대세론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면서 “다만 표의 확장성이 떨어지는 문 전 대표가 내부의 리스크 관리를 얼마만큼 잘 하느냐가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과연 올해 설 민심과 실제 대선 결과는 어떤 상관관계를 가지게 될까.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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