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양업체 7월 초 최종 결정 / 잔존유 제거 등 준비 9월 착수
'기울어진 채 통째 인양' 불확실 / 전문가 "성공 확률 50%이상" 신중
정부가 22일 세월호 인양을 공식 선언했다. 9월 중 현장작업에 착수해 이르면 내년 7월에는 세월호를 물 밖으로 꺼내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 스스로 밝히고 있듯 세월호 크기의 선박을 통째로 들어올리는 건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작업이다. 그만큼 예측이 힘든 변수도 많아 최종 인양까지는 숱한 난관이 예상된다.
정부는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열어 해양수산부가 제출한 세월호 선체인양 결정안을 심의해 원안대로 확정했다. 중대본부장인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은 “세월호 선체인양 작업에 불확실성이 있지만 가족과 국민의 여망에 따라 인양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해수부는 조만간 국내외 업체를 대상으로 인양업체 선정 작업에 착수한다. 약 2개월 간의 선정 기간을 거쳐 7월 초 인양업체가 최종 결정되면 세월호 인양 작업이 본격화된다. 정부는 이때부터 짧으면 12개월, 길면 18개월 안에 세월호 인양을 끝내겠다는 계획이다. 대략 인양 설계에 3개월, 실제 인양작업에 9~15개월이 소요될 걸로 계산하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배를 들어올리는 건 하루지만, 그걸 준비하는 데 1년 이상 걸리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로선 빠르면 내년 7월, 늦어도 2016년 초엔 세월호가 물 밖으로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인양에 드는 비용은 당초 예상대로 1,000억(12개월 시)~1,500억원(18개월 시) 사이지만 작업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해서 인양기간이 6개월 늘어날 때마다 비용은 약 500억원씩 늘어나 2,000억원 이상이 소요될 수 있다고 정부는 밝혔다. 유기준 해수부 장관은 “선정된 업체가 인양 설계를 진행하는 사이, 인양의 사전 작업인 해상 작업기지 설치, 선체 내 잔존유 제거 등 현장작업은 가능하면 9월 중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양 방식은 해수부가 당초 기술검토 결과로 발표했던, ‘기울어진 현재 상태 그대로, 절단 없이 통째로 들어올리는 방식’이 확정됐다. 이번 인양의 최대 목적이 실종자 수색과 사고원인 규명인 만큼 해수부는 앞으로 선정될 업체에도 ‘실종자 유실ㆍ훼손 방지대책’을 최우선적으로 요구할 계획이다. 박준권 해수부 항만국장은 “선정 업체가 설계나 작업 과정에서 일부 다른 방식을 적용할 수 있겠지만, 배를 절단하거나 바로 세우는 방법은 아예 배제될 것”이라며 “다만 정부가 제안한 안전지역(동거차도)으로 옮기는 방안은 업체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려되는 점은 정부의 계획에 불확실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세월호의 물 속 무게는 8,574톤, 물 밖으로 나오면 1만200톤에 달한다. 세월호가 침몰한 맹골수도처럼 빠른 유속과 짧은 가시거리에서 세월호 무게의 배를 통째 들어올린 전례가 아직 없다는 게 가장 큰 두려움이다. 정부측 자문역할을 해 온 해외 전문가조차 이날 “성공 가능성은 50% 이상”이라고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세월호가 건조된 지 20년이 넘은 노후선박이란 점도 부담스럽다. 93개의 구멍에 와이어를 연결한다지만 인양 시 낡은 선체 측면이 통째로 뜯겨 나가거나, 작업 과정에서 구멍마다 부식이 심해질 수 있다. 업계에선 부식 가능성을 감안하면 작업이 불가능한 겨울을 넘긴 내년 봄에야 구멍 뚫기 작업이 시작될 거란 의견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물 속 부식의 진행속도는 상당히 느리다”면서도 “다만 배가 낡았다는 점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형 태풍이나 조류 변화로 해상 작업기지를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켜야 하는 경우 작업기간은 상당히 길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한 번에 최대 100명까지 잠수부가 작업할 수 있다고 보지만, 구난업계에선 50명 이상은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동시에 많은 인력이 잠수했을 때 생명선이 엉킬 수도 있고, 설치한 와이어가 서로 꼬이는 등 변수는 일일이 따질 수 없을 정도다. 인양 시 가장 중요한 기술요건인 선체의 무게중심조차 현재로선 정확히 알기 어려운 상태다.
세종=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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